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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77 - 꿈속까지 따라오는 실직악몽

‘꿈속까지 따라오는 실직악몽‘아내를 만난 직장 이전에는 일년을 넘은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내가 그만두거나 아니면 회사가 문닫거나늘 실직과 재취업이 반복되곤 했다. 그때마다 벼랑에 선 생존그 기억은 내 속에 깊은 두려움이 되었다. 결혼하면서 가장이 되고책임과 함께 실직의 두려움때문에그후로 지독히 견딘 직장생활은나애게 천연기념물이라는 별명을 남겼다오래 살아남는다는 이유로아내가 심한 질병에 걸려부득이 직장을 그만둔 후 악몽은 이어졌다가위눌린 꿈이 되어 나를 힘들게 했다. 꿈에서 깨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이제는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못한다는어이없는 현실이 위로가 되었다그럼에도 꿈에서 일자리를 찾는그 느낌과 감정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등에 바위를 지고 빗길을 걷는 듯종종 젊은 사람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실업률..

사진일기76 - 나도 몰랐던 내 아이들

‘나도 몰랐던 내 아이들’어느날 초등학생인 막내딸이 말했다. ‘나 양궁배우고 싶어!’ 활을 쏘면 뭔가 기분이 시원하다면서친구와 학교를 떠나옮겨간 학교에서 양궁연습을 시작했다. 날마다 방과후 활을 쏘고 또쏘고 했다. 첫 출전한 양궁시합에서 거의 꼴찌에서 가까운 성적을 냈다그래도 그만두지 않고 연습을 했다다음 시합에서는 중간쯤 올라가더니 2년쯤 되었을 때… 아이가 요란하게 전화를 걸어왔다!“아빠! 나 전국대회 금메달 땄어! 개인도 3관왕, 단체도 금메달이래~”믿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손목에 염증이 생기고 인대도 늘어나는 악바리 연습을 하더니 기어이 목표를 이루었다. 난 그때까지도 몰랐다. 내 아이들인데도 그런 끈질긴 인내심과 성장력이 있는줄은! 그뒤로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아서계속 나를 당황하게 했다예상을 빗..

사진일기75 - 사랑과 사육의 차이

‘사랑과 사육의 차이‘아내가 희소난치병에 걸렸다환각 환청증상마저 심해져서 위험에 빠졌다. 어느날 맨발로 산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데려간 강원도 정동진의 어느 기도원. 하루는 아내가 그랬다. 결혼생활 20년은 별로 행복하지 못했다고… 나는 많이 사랑해주고 보살피는줄 알았는데 내 말을 듣기를 강요한 태도가 아내를 숨도 못쉬게 했던것이다. 사랑인줄 알았는데 사육이었다.사랑은 자유롭게 살도록 도와주고 들어주는데나는 키우는 사람처럼 먹이고 지킨 것이다. 한편 죽기전에 알아서 다행이고 말해줘서 고마웠지만 마음이 아팠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사랑과 사육의 차이그건 땅에 딛는 어느 다리에 힘을 주고중심을 잡는지에 달린 것과 비슷했다누구를 위해 가지는 마음인지가 중요한.사진일기75 - ’사랑과 사육의 차이‘

사진일기74 - 가장 기억에 남는 밥

‘가장 기억에 남는 밥‘십대의 끝무렵서울을 헤매고 살던 시절신문지국에서 직업배달을 했다350부 안팎 부수는 늘 지게 짐처럼 등짝 가득이었고새벽 2시부터 시작 아침 9시에 끝났다다른 신문은 주 하루는 쉬는데당시 이 신문은 쉬는 날이 없었다스포츠신문이 그날 나왔기 때문이다일년에 딱 하루신문의날이 유일한 휴무였다그 지독한 연중무휴 새벽의 삶이란그러나 보상도 있었다모든 신문이 쉬는 월요일유일한 스포츠 신문은 길거리 보너스였다전 날 큰 경기라도 있는 날은여기저기서 ‘어이, 신문 하나!‘바쁘게 현금거래로 부수입이 생겼다그렇게 추가로 가지고 간 독자모집용 홍보신문으로 판 잡수입으로 광장시장에서 먹은 따끈한 국밥이랑 토스트 내 기억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늘 작은 월급과 학원비등으로 빠듯한 생활중 생기는 부수입은 작..

사진일기73 - 아무도 모르게한 이유는 뭘까?

‘아무도 모르게 한 이유는 뭘까?’성탄절이 가까운 어느 비오는 날 밤유일한 어릴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나 암 판정을 받았어 친구야”사지마비가 된 아내를데리고여러 병원을 떠돌며 살 때잘 이겨내라고 돈을 보내오던 친구다“어쩌다… 어느 정도야?”“흑색종 피부암이라고 좀 심한가봐”나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친구는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일에만 몰두한 인생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랬을 것이다. 국내 톱 건설회사의 상무자리몇년씩 외국에서 지내기도 했다니… 어릴때 성적을 경쟁하며 오래동안 객지에서 고생하는 나에게위로의 편지를 보내오던 친구그러나 몹쓸병은 노력과 상관없었고 친구는 결국 세상과 가족을 남기고심지어 우리보다 먼저 떠났다나보다 많이 배우고나보다 많이 성공해서 잘 나가던 친구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아직도 단정..

사진일기72 - 늘 옳은 말은 없다

‘늘 옳은 말은 없다’똑딱똑딱 시계초침 소리가 밤이 깊어질수록 크게 들린다나는 시계의 초침을 몇개나 가지고 살아가는걸까? 남은 갯수는 몇개일까? 쿵쿵쿵쿵 심장의 박동소리가 불면의 밤이면 더 크게 들린다이 심장의 박동은 몇번이나 배당받아 태어나고또 몇번이나 남았을까?얼마나 가지면 충분하고 죽음이 두렵지 않고 아쉽지 않을까?공연히 양 숫자를 세다가 밤을 꼬박 세웠다는 어느 불면의 사람처럼 어리석다언제나 옳은 말은 늘 맞지는 않거나 구체적으로는 틀린 말일 수도 있기에사진일기72 - ‘늘 옳은 말은 없다’

사진일기71 - 겨울바람에도 겁이 나는 사람

‘겨울바람에도 겁이 나는 사람’어느 시인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데난 창밖을 지나는 겨울바람소리에 겁이 났다이번 겨울도 안굶어죽고 살아날 수 있을까?그때 스무살에는 그렇게 춥고 두려워하며떠돌이로 사는 불안한 일상이었다누구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는 삶을 소원하며 겨울 얼음처럼 맑게 사는데난 생존에만 목을 매는 시절을 보내야했다이제는 배고픔대신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여전히 부끄러움 없는 삶보다 아프지 않는 삶이기를 빌며 산다날마다 아침을 맞이하고 밤을 보내기를나도 모르게 목을 넘어가는 작은 생선가시가무사하기를 조심스러워하며 산다사진일기71 - ‘겨울바람에도 겁이 나는 사람‘

사진일기70 - 다짐하며 걷는 겨울길

다짐하며 걷는 겨울 길차가운 공기 한봉지가 훅 들어온다겨울날 이른 아침 눈 살짝 덮은 길쨍쨍 맑은 하늘아래 걷는 시간어디서부터 잘못 채워진걸까?몇가지 고된 일들의 시작을 돌아보며남들 앞에서는 못하는 반성을 해본다꼴랑 자존심때문에 쉽게 인정 못하고고집부리며 우기고 끌고 가던 것도자연앞에서 걷다보면 회심한다사랑 그득한 사람으로남들 마음 평화롭게 해줘야지웃음 머금게 여유있게 말 건네야지그렇게 다짐하고도 늘 어긋나걷다보면 슬퍼지고 미안하고…얼음처럼 햇살이 날카롭게 얼굴에 와서 부딪히면 그때는 화끈해져추운건지 더운건지 묘한 온도날마다 부침개처럼 뒤집는 내 맘처럼저만치 멀리서 길이 부르고바람이 타독이듯 등을 떠밀고그러면 무심해져 또 걷지추운 한기에 몸 얼듯 감정도 얼어이렇게 걷는 기도는 끝이 나지따뜻한 사랑으로여유..

사진일기69 - 말 못하고 속태우는 이유

‘말 못하고 속태우는 이유’좋다고만 말하고 싶고잘했다고만 말하고 싶은데그렇게 못하고 후회하지요머리로 알고 마음으로도 바라는데튀어나오는 건 잘못된 습관욕심이 앞선 감정비싸게 그런 건 왜 사와!위험하게 사업은 왜 할려고 해!애는 이렇게 키워야지!나도 젊을 때 안들었던 잔소리나이들고 겁 많고 약해지며 생긴 습관나도 모르게 조급해서 자꾸 나온다하루 하루 이별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그날이 도둑처럼 오면 잘했다 고맙다 좋다! 그 말도 다 못함을 아쉬워할지도 모르는데자식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친구에게도 잘지내야지 다짐하고도마주치면 튀어나오는 속상한 다른 태도내 속에는 무엇을 바라는 것이이렇게 사랑과 평화를 부수며 불편함과 갈등의 싹을 자꾸 만들려고 할까좋구나!잘했다!응원할게!어쩌면 내 잔소리 같은 건 없어도더 잘되고 ..

사진일기67 - 그릇이 깊으면 많이 담긴다 기쁨도 슬픔도

‘그릇이 깊으면 많이 담긴다. 기쁨도 슬픔도’옛말에 그랬다 심지가 깊으면 상처도 깊다고그렇겠다속이 좁으면 많이 담기지 않는다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속이 깊으면 좋기만 한줄 알았다그런데 깊은 속은 바닥이 깊어내보내지 못해 많이 담긴다기쁨만 아니고 슬픔도 그렇고배신의 쓰라림과 상처도 그렇다긴 세월을 살아낸 나이 많은 이는마치 속 깊은 사람과 비슷해서많은 아픈 기억을 담고 산다잘 참고 심지가 깊은 사람이라고늘 행복할거란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어쩌면 쉽게 분노와 슬픔이 드러나는 사람만 챙기면 안되는지도말없이 조용한 사람도 살펴야 한다그 대상이 아이든 어른이든남자든 여자든 혹은 가난하든 부자든꼬박꼬박 감사인사를 잘하거나 그런 걸 잘 못하거나 상관없이너무 겉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사진일기67 - 그릇이 깊으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