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따뜻한 글 9

사랑 9, 주고도 혼자다

‘사랑 9, 주고 나서도 혼자’ 어느날 칠십을 넘고 또 어느날 팔십을 넘고 그러다 혼자 먼여행을 떠나겠지 아무도 같이 떠나주지 못하는 여행 사랑을 주고도 혼자다 사랑은 주면서도 혼자다 준만큼 돌려받지 못할 때가 그렇고 큰 사랑, 많은 사랑일수록 더 그렇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혼자가 되고 원하는 색갈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다 사람은 완전하지 못해서 사랑을 하면서도 혼자다 같이 걷고 같이 보아도 어쩔 수 없는 다른 고독이 있어서 사랑하며 동행을 하여도 우리는 따로 같이 간다 사랑도 땅에 사는 동안은 그렇다 어느날 더 이상 사랑조차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오기까지 그렇다 그래도 사랑은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서로를 다가가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어떤 것보다 따뜻함을 느끼게하는 유익한 온도고 아름다운 감정이다 비록 그 ..

사랑 8, 사랑은 같이 걸어가주기

사랑 8, 같이 걸어가주기 누군가와 같이 걸어 가기란 내 자유와 선택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 더 가고 싶을 때도 멈추고 그만 쉬고 싶을 때도 가야하니까 바람하고도 호홉을 맞추며 걷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세월하고도 마음 맞추며 늙기가 쉽지 않더라는 경험 할수록 그 동행은 선뜻 말하기 어려워 부부라는 이름으로 부모와 자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연인으로 친구로 사제로 우리는 그 쉽지 않은 길을 가지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사랑해야만 가능한 그 동행을 반쪽이 몹쓸 병으로 누운 긴 세월을 반쪽의 몸으로 같이 걷다보니 그저 쓰러지지만 말고 그저 반쪽을 포기하고 버리지만 않았으면 기도도 하고 원망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래도 뒤돌아보니 많은 세월, 긴 길에 발자국 찍으며 동행을 했더라 내 안에 있는 힘이 아니라 ..

사랑 7, 아낌없이 돕는 보호자

‘사랑 7, 아낌없이 돕는 보호자’ 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씨앗 물론 너도 남들도 그렇지 낯선 땅에서 무사히 싹이 나고 건강한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단단해지고 마침내 안심할 나무가 되기까지 많은 보살핌이 있었지 목마르지 않게 그러나 너무 많아 탈나지 않게 알맞은 비를 내리고 춥지 않게 그러나 너무 더워 상하지 않게 알맞은 햇살과 계절을 주었지 잘 먹고 잘 자고 얼른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엄마는 노래로 아기를 키우고 하늘과 땅과 바람도 거들고 친구와 세상의 많은 사랑들이 우리를 등두드리고 응원했지 마침내 초록초록 빨강 노랑 여러 모양 각자 다른 모습으로 자란 나무가 되어 새도 깃들고 그늘에 쉬기도 하는 유익한 어른이 되지 나무 한그루와 사람 한명이 성장해서 제대로 살도록 이유는 모르지만 베풀어진 사랑..

사랑 6, 단잠을 빌어주고

‘사랑 6, 단잠을 빌어주고’ 별이 별빛에 반짝이고 바람이 바람에 스칠 때 오늘 하루를 감사로 마치고 잠속으로 들어갑니다 못다준 마음 보듬어 안고 꿈속에서라도 응원해야지 사랑하는 이여! 나보다 잘 되어야할 이여! 부디 아프지말고 부디 눈물 흘릴 일 없이 내일 해가 오르면 그대 생명도 내 생명도 다시 잠깨어 일어납시다 오늘 못다한 일들을 그렇게 이어서 살아갑시다 별이 잠들어 사라지고 바람이 잠잠해 고요해지면 세상에 막 온 아기처럼 모두 비우고 잠만 자기를…

사랑 5, 자기의 유익만을 구하지 않고

‘사랑 5, 자기의 유익만을 구하지 않으며’ 내 안의 빈 공간을 내가 채우는 길은 끝이 없는 밑빠진 그릇과 같습니다 사랑은 서로의 빈 공간에 불을 밝혀줄 때만 어둠이 사라지는 마법입니다 사람은 모두 불완전하고 다 알지 못하는 존재지만 사랑만이 그럼에도 완전한 듯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연인은 그럴 때 가능합니다 별이 자기를 향해서만 빛나고 꽃이 향기를 속으로만 담으면 아름다운 세상은 볼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팀은 자신의 누추함을 개의치 않으면서 상대의 더 나은 내일을 믿어주고 존중하고 도우면서 기다리는 각자가 될 때입니다 나의 손해는 그림자도 잊고 너의 유익을 먼저 떠올려보는 아름다운 두 사람이 만날 때 사랑은 꽃처럼 별처럼 빛납니다

사랑 4, 사랑은 교만하지 않으며

‘사랑 4, 교만하지 않으며’ 아내가 목이 아프다고 밥먹기를 힘들어 한다 ‘당신의 반쪽은 내건데 몸을 잘 아끼고 관리해줘!’ 영락없이 T네… 어떻게 그렇게 말할수 있어? 난 F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진짜 모르는 사람이 누군데! 자기가 자기를 모르고 살아… 남들이 보면 다 T라고 할걸? 그럼 보는 앞에서 해봐? 십만원 내기하자! 자신을 몰라서 설문지 자체를 틀린 걸 선택하는데 뭘 해! 아… 절벽이다 내 몸의 절반도 아내꺼다 이 모르는 부분은 아마도 그 반쪽?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우리는 아무도 자신을 모른다 자기 몸도 건강도 재산도 자기 원대로 안되는데 그렇지 그저 반쪽 남의 몸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해야지 이쪽의 절반과 저쪽의 절반도! 잊지말고 건방떨지말고..

사랑3, 사랑은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사랑3, 시선이 가는 곳으로’ 자세히 보면 다 사랑스럽고 자꾸 보면 더 사랑스러워진다 시인은 그렇게 말했다 관심이 있으면 눈길이 가고 시선이 머문 곳에 꽃이 핀다 그 생명력 없이 보는 것은 죽은 시선이고 속이는 눈길이다 물은 바다로 가고 마음은 보는 곳으로 흐른다 마음이 모이고 쌓여 사랑이 된다 재물있는 곳에 마음 있다지만 사실은 마음 가는 곳에 재물이 간다 시간도 몸도 따라 간다 누가 막을까?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그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칙을 평생을 멈추지 않고 모든 것을 주고 사라지는 사랑의 사람들은 후회 않는다 자녀에게, 연인에게, 약자들에게 혹은 동물과 꽃과 물건에조차 내 시선이 마음을 담고 자주 가는 대상에게 나는 오늘도 무엇을 줄까 뒤적인다 주고 나누어도 자꾸만 돌아오는 부자의 기쁨이 신..

사랑2, 사랑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사랑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사랑은 행복이라는 겉옷을 입은 고통의 몸이다 사랑은 위로라는 얼굴로 다가오는 좌절의 심장이다 사랑은 웃음의 꽃을 피우지만 눈물이라는 뿌리와 씨앗을 가졌다 그래서 달콤할수록 실연의 쓰디쓴 맛은 크고 사랑이 깊을수록 이별의 슬픔은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지고 못사는 이유는 사랑의 진실, 그늘 때문이다 고통과 좌절과 눈물의 자리에 사랑이 없으면 자기도 살아남지 못하고 상대도 죽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 보기만 해야한다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결과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함께 한다 사랑은 상처고 치유이기에…

사랑1,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 1 -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오래 참고…’ 그래야 한다고 신은 말씀하셨다 참고 참고 또 참고 그러면 내 땅에서 사랑이라는 새싹이 쏘옥 올라와야 하는데 내 영토에서는 민들레 제비꽃 그런 새싹이 아닌 잎도 나기전 가시부터 달린 엉겅퀴가 삐죽 나왔다 울엄마는 속터지고 한숨나올 때도 ‘밥은?’ 하시며 끼니를 차려 주셨다 가시 하나 하나가 고개 내밀때마다 톡툭 부러뜨려 던져버리며 초록 새싹만 남기셨다 엄마의 뜰은 그렇게 부드러운 푸르른 풀밭이었다 ‘사랑은 오래 참고…’ 내 나이 수십년이 되도록 지켜보아 주셨다 사랑은 그래야하는데… 사랑이 고프다 울엄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