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행복한 글쓰기 보물상자 116

돌아보니 바보처럼 살았더라

‘돌아보니 바보처럼 살았더라‘ 어느 순간 문득 모르고 지났던 과거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살짝 놀라고 좀 우울했다 스무살에는 마흔 살에 어떻게 살지 걱정하며 보냈고 마흔살에는 육십이 되면 아프며 살지 않을지 두려웠다 육십에는 팔십까지는 못살겠지? 그걸 슬퍼하며 살았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늘 세월을 미리 당겨와서 불안하며 살았다 안 늙겠다고 버티며 질질 끌려가는 모습도 그리 아름답지 못하고 추하겠지만 평생을 미리 늙은 마음으로 사는 것도 현명하지도 좋은 모양도 아닐거다 그저 딱 그때의 나이에 맞게 그때의 형편에 가능한 범위에서 후회없이 사는게 가장 좋을텐데… 항상 하루 하루를 내일이 없을 것처럼 행복하게, 그리고 가능하면 기쁘게 살다보면 닥쳐올 그 어느날도 그렇게 살고 있겠지? 그게 행복한 엔딩이 될수도 있고..

계단이 두개만 넘어도 딴 세상이 된다

‘계단이 두개만 넘어도 딴 세상이 된다’ 힘들게 시간과 마음을 정해 봄날 나들이로 수목원을 갔다 긴 겨울, 그것도 몸이 불편한 환자의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차단되는 계절이다 그 지루함을 털고싶어 봄날 간 수목원은 초록과 새싹과 동백꽃으로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그 좋은 나무와 꽃들의 세상 물과 풀잎과 흙길의 느낌이 주는 기쁨 그런데… 곳곳에서 벽을 만나야 했다 성한 사람들, 걷는데 문제없는 사람들에게는 고작 서너개의 계단도 천길 담장과 다름없었다 휠체어를 타야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벽이었다 두개만 넘어도 계단은 오를 수 없는 곳이라 그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장소에 설사 향기로운 천국이 있어도 그건 딴 세상이고 금빛 보화가 널려 있어도 그건 그림의 떡이다 포기하고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그저 벽이고..

일곱 마을 사람들

‘일곱 마을 사람들‘ 이야기 모음책을 내면서… “하나님이 어디 있어? 하나님이 계신다면 우리에게 이럴 수는 없잖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하반신이 완전 마비되어 꼼짝 못하게 된 엄마를 돌보느라 스무살 된 딸은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엄마 곁에서 손발이 되어 살았다. 끝없이 병원을 떠돌며 재활훈련을 받아도 더 나빠지지만 않았지 나아지지는 않는 엄마. 십년이 되던 해, 정작 세상을 먼저 떠난 건 중증장애인 엄마가 아니라 돌보던 딸이었다. 오랜 병상을 지키는 동안 몸 안에서는 암이 자라고 있었던 걸 몰랐다. 불규칙한 수면, 부족한 영양 상태, 심적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가 누적된 결과였다. 엄마가 통곡하며 자기가 딸을 잡아먹었다고 울면서 말했다. ‘하나님? 진심으로 빌면 다 잘된다고? 누가 내 앞에서 그런 말..

하늘의 강에는 슬픔이 없다

어제는 며칠만에 좀 걸었다. 비도 하루 건너 내리고 몸도 삐거덕 거려 집밖을 못 나오다가… 늦은 시간 저녁을 먹고 나섰다가 이내 밤이 되어 캄캄해졌다. 오늘은 벼르고 일찍 나섰다. 그래봐야 고작 30분을 당겨 나오는 것이고 당연히 30분을 일찍 집으로 돌아와야하는 시한부 외출이다 두 시간이 넘어가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소변때문에 나를 찾지는 않을까? 참고 기다리느라 손발이 차갑고 진땀이 흐르지는 않을까? 불편하느니 기어 들어온다. 그게 맘 편해서~ 아침 걷기로 나선 하늘에 비온 뒤 파란 바탕이 시원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그 하늘이 강물처럼 길고 가장자리로는 둑방길이 있는 듯 하다 저 길을 다 걸어가면 하늘집이 있고 문을 밀면… 누군가 반겨줄지 모른다. ”어서와! 하늘집은 처음이지? 오는 길 고단하지는 ..

딱 한 번만 더 일어나기

사람이 어떻게 안넘어지며 살 수 있을까… 그냥 다시 일어나며 툭툭 털고 사는 거지! 오늘도 새벽밥 먹고 장거리 병원 검사를 왔다 일산 국립암센터, 14년째 반복하는 일 몇번 넘어지고 몇번 일어났는지 손가락 발가락 다 합쳐도 모자라 셀 수가 없다 그냥 넘어가고 그냥 다시 일어나서 살았다 내일은 무슨 뾰족한 수가 있나? 없다 조금만 나아졌으면… 덜 나빠졌으면… 그냥 그런 희망 하나 품고 또 하루 사는 거지 모두 비슷하게 그렇게 일생을 살지 않나? 내 부모님의 부모님도 그렇게 살으셨고 내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도 그랬고 나도 내 아이들도 그렇게 산다 다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딱 한 번만 더 일어나보는 것! 넘어진 횟수를 잊고 기억을 밀어내고 한 번만 더 일어나는 의지, 생각, 용기…

내가 그를 놓친 날에도 그는 나를 잡으시고

‘내가 그를 놓친 날에도 그는 나를 잡으시고’ 먹구름이 하늘을 덮은 흐린 날에도 우리는 그 구름 위에 햇살 밝음을 안다 이전에는 과학 상식으로 짐작했지만 비행기를 타고 눈으로 본 후에는 확인도 되었다 한낮에도 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음도 그렇다 고단한 어느날 하루를 보내고 맞은 밤에도 웃을 날이 저만치 오고 있음을 믿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상식과 공평한 인생을 느끼는 어른이 되어 간다는 생각도… 물론 어떤 날은 너무 힘들면 이번 생은 망한 운명인가? 의심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내가 하나님 허리춤을 놓친 것 같은 날에도 하나님은 나를 놓치지 않으셨을거라는 겨자씨만한 믿음이 나를 안심시켜서 정말 좋다!

사랑의법칙_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보면 더 사랑스럽다!

‘사랑의 법칙 _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보면 더 사랑스럽다!’ 대개 첫 자녀는 부모가 처음이라 서툴러 마음만큼 잘하지 못하고 교과서처럼 키우거나 공연히 엄격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다 막내로 내려가면 사랑을 듬뿍 주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로 두 오빠들보다 막내인 딸은 많이 부드럽고 야단치는 일이 거의 없이 키웠습니다 지나서보니 위의 두 아들에게는 미안하네요 게다가 막내는 엄마의 큰 질병때문에 십대 시절을 온통 혼자 지내게 했던 미안함때문에 보상심리로 더욱 아이에게 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랑스럽게 마음먹고 보면 더 사랑하게 되는 복의 법칙이 보태어졌습니다. 모든 일과 모든 만남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에게나 나에게도! 오늘 생일을 맞은 딸을 그리워하며 생각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것

같은 계절에만 가던 산을 다른 계절에 가면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마치 캄캄할 때만 돌아오던 골목 귀가길을 밝은 낮에 돌아오면 못보던 풍경을 보듯! 또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늘 여유있고 넉넉할 때만 듣던 세상 뉴스가 쪼달리고 혹 폭망해서 비참할 때 들으면 전혀 다르게 깊이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들어도 보아도 별 감정이 없던 남들의 어려운 처지와 슬픈 드라마가 심하게 감정을 흔들고 오래 가는 것도 그렇습니다 올라가는 인생만 살다가 내려가는 나이도 살면 안보이던 것들 못 느끼던 것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내려도 가고 망해도 보고 때로는 늙어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지사지 이심전심 남들과 같이 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