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어 알지요? 남이 하는 불륜도 내가 하면 로맨스다! 그렇게 주장한대서 생긴 줄임말! 내가 경험해보기 전에는 혐오와 비난의 단어처럼 여겨지더니… 제가 비슷한 위험을 겪고보니 정말 조심해야할 무서운 단어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럴 뻔 했지만요.
아침 운동 다니는 산 길을 거의 날마다 가다보니 자주 오는 다른 분들과 서로들 얼굴이 익숙해집니다. 그래도 제가 워낙 낯설고 모르는 분들에게는 아주 심보가 못된(?) 사람처럼 차갑고 인사성 없는 사람인지라 아무하고도 말을 나누지 않고 지냈습니다. 정말 못된 경계심이라 저도 알고 있고 이런 제가 밉습니다만 잘 안고쳐져요 ㅠㅠ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용감(?)하게도 제게 목례를 하며 인사를 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얼떨결에 저도 인사를했는데 다음에 또 만났을 때는 그 분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몇바퀴나 돌아요?” 라고. “그냥 대중 없어요. 세보지는 않고 한시간 반 정도 걸어요” 대답했지요. 그런데 그 다음날. 그 다음날도 또 마주치는데 제가 말 한마디 않고 고개 숙이고 말 걸 틈 없이 빠르게 지나쳤더니… 이제는 말을 안 거네요. 휴…
그런데 이런 경우와 달리 밀어내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병원에서 십년 넘게 지나는 동안 내내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문제였습니다. 제가 아내를 열심히 화도 안내고 잘 돌보다보니 작은 병원에는 금방 소문이 퍼졌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착하고 따뜻한 남자라고.
그게 좋은 일로만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제한되고 갇힌 공간에서 살다보니 어지간한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마음들을 터놓고 산다는 점이 위험을 부르기도 하지요. 고단하고 무거운 심정들이라 서로 조금만 공감해주고 위로하다보면 엉뚱한 감정으로 발전하는 거 순식간입니다. 왜 안그럴까요… 메마른 사막같고 추운 비둘기같이 움추린 사람들이라...저도 위기를 느낀 적 여러번이지만 매몰차지 않게, 인간의 향기와 매너를 잃지 않고 요령껏 잘 밀어내며 유지했습니다.
그런 저도 어느 한 번은 위험할 뻔 한 감정까지 갔습니다. 오랜 금욕과 갇힌 생활, 불편한 고통만 호소하는 아내를 대하다 지친 그 빈 마음과 본능적인 몸의 욕구를 채우고 싶은 유혹에 무너질 뻔 했지요. 제 통제로는 못넘어갈 뻔 한 그 위기는… 정말 감사하게도 유혹이 심해질수록 내 속의 불편함도 비례로 커져 가는 바람에 다행히 정신 번쩍 차렸습니다. 미혹에서 깨어난 것은 순전히 “야! 너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라고 들려온 천둥같은 하나님의 목소리 때문에 살아난거지요. 아… 난 로맨스라고 느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불륜의 입구고 문턱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수단을 총동원해 아직 한번도 아내나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기억은 안가지게 되었지만 그 성적 충동과 나 편한대로 하는 해석은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깊이 경험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나 자신도 안믿고 상대도 안 믿고 세상도 안 믿어야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했습니다. 통째로 모든 인간은 다 나쁘다! 그렇게 안 믿는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떤 유혹도 통제하고 바르게 살 힘이 나에게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는 않겠다는…
하나님께 그렇게 열심이고 순종으로 살던 다윗도 밧세바 앞에서 무너진 성적 유혹은 정말 끈질기며 쎈 본능이었을 거라 공감하며 절절히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계심으로 누군가를 끝없이 밀어내기만으로 세상을 살아 가는 거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 눈빛으로 일상을 내내 남과 어울려 살기는 무리겠지요? 때로는 상대가 눈치채면 경멸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겉으로는 미소와 친절로 대해야 합니다. 에구, 생각만 해도 힘드네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영화 만다라에서 전무송씨와 안성기씨가 배역을 한 극단적 금욕과 막장 자유주의 두 승려의 선택과 행동은 도무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해결의 길로는 안보였어요. 조금만 다가오면 위험해! 라고 다 밀어내며 살 수도 없고, 아님 반대로 본능이 이끄는대로 아주 막장으로 살 수도 없습니다. 그 두 길이 다 이해도 되고 그렇게 해보는 실험도 수긍은 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살 자신이 안생깁니다. ㅠㅠ
오늘은 이’내로남불’의 단어가 참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네요. 위험천만한 폭탄이면서 동시에 달콤한 향이 담긴 유혹이 두렵기도 하고, 온갖 그럴듯한 옷을 갈아입으며 사람을 낚는 무슨 올가미같기도하고요. 사람을 창조한 하나님은 믿지만 그가 만든 사람은 도무지 믿기가 어렵네요.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약점을 가진 존재라 혼란을 종종 느낍니다. 그럼에도 오래 같이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처음보는 남처럼 아무렇게 대할 수도 없으니 더 그러네요. 어째야하나….싶어요.
실없는 생각의 고민을 중언부언 털어놓으니 조금은 후련해지네요~ 그래도 이게 아주 쓸데없는 고민이 아니라 나와 가정, 사회와 믿음을 지켜나가려는 선의에서 나온 것이니 스스로에게 어떤 기준은 세워주어야 할 거 같아 가끔씩 정리는 해봅니다. 안그러다가 생각없이 휩쓸려 떠내려간 후에는 후회로 안끝나고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를지도 몰라서요. 전혀 해당 없이 사는 훌륭한 분들에게는 공연한 고민으로 머리를 복잡하게 했지요? 이그... 이것도 베푸는 나눔이라 생각해주세요! 헤헤~
맑은고을에서 희망으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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