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장 1절 -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정말 힘들었어요. 겨우 겨우 자리를 잡고 세간살이도 늘고 이웃도 생겼는데
밑도 끝도 없이 떠나라시니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손에 쥔 것도 아니고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 낮선 곳으로 무작정 가라니요.
인생 수명이 얼마된다고 힘쓰고 일할 수 있을 때 한 재산 모으고 가솔도 늘리고 다 그러잖아요.
어디 간다고 그저 생기는거 없고 새로 자리잡으려면 무지 힘들다고요. 더구나 자식도 없는데...
조금만 자리 잡을 만하면 떠나라 떠나라 하시니, 어떤 때는 당신이 진짜 계획은 있으시나 싶을 때도 솔직히 있어요.
그래요 까짓거 어차피 이동하며 사는거 좀 멀리 가본다치고 시키는데로 해볼께요.
그런데 이 험한 살림에 자식은 든든한 미래인데 왜 자식도 안주시냐구요.
별도 보여주고 모래도 보여주며 그보다 많을거라 하셨지만 첩과 그 아들은 상속도 안된다면서 어쩌라구요
이삭을 낳기까지 25년 기다린 세월은 짧지 않았어요. 더구나 나도 아내도 젊은 시절 다 지나가는걸 느끼며 기다리긴,
그렇게 어렵게 간신히 믿고 기다리다 얻은 자식을 제물로 바치라고 하셨을 때 인생 최대의 고비였어요.
정말 날 도우시는 분인가 망치시는 분인가, 남들의 눈은 어쩌고 아들 눈은 어찌보나, 선택의 길도 없으면서...
길고 긴 세월에 순간마다 그때는 따르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지나고보니 다 잘되었더군요. 죄송하네요 끌탕도 해서,
소돔과 고모라가 타락해서 멸망당한 것은 지금도 가슴이 떨려요. 유황과 비처럼 내리는 불이 생생하네요.
끝내 믿지 않아서 죽은 조카의 사위들과 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조카며느리가 가슴아파요.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꼭 무언가를 시키시고, 그걸 믿는다는게 늘 힘들다는걸 많이 경험했어요.
그 결과가 어땠는지도 거의 살아서 눈으로 보았기도하구요. 돌아보니 따라 온 내 결정들이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앞으로 내 자식의 자식들도 다 그렇게 믿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오지 않은 일, 쉽지 않은 순간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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