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저렇게는 못살지! 했는데…>
팔순이 넘은 세 분의 할머니를
아침 저녁 24시간을 보며 지낸다
거동을 제대로 못하는 분도 있고
인지력이 떨어져 엉뚱한 말을 달고 사는 분
수시로 대소변이 조절되지 않아
기저귀를 차고 간병인의 힐난을 듣는 분
아, 나는 저 나이에 어떻게 살까?
최소한 혼자서도 살 수 있기를…
그러다 지나간 생각들이 다시 떠오른다
스무살쯤에는 마흔 아저씨들이 한심했다
배는 나오고 걸핏 어울리지 않는 옷에
그 마흔이 되었을 때 육십넘은 분들이 딱했다
아무 꿈도 용기도 남지 않고 웅크린 삶
난 육십이 되지 않고 이 땅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사이 그 나이가 되고
더 채울 욕망보다 남은 것을 세어보며
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종류가 많아졌다
그리고 팔순이 넘은 분들을 보며 두려워 한다
난 저렇게는 살아남고 싶지 않다
무엇을 위해, 무슨 유익을 얻자고…
그러다 철렁 가슴이 내려 앉는다
지난 몇번의 속수무책 나이들어 가는 경험
되고자 하지 않아도 도착하고 변하던 기억
늙어간다는 것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것
아무도 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가서 서는 생명
다시 눈을 돌려 새로운 장면을 본다
스무살에 십대를 보며 가소롭던 웃음
마흔살에 스무살을 보며 애송이라던 느낌
육십에 마흔을 보며 아직도 인생을 모르지…
그러다 짐작해본다
팔순 넘은 분들이 나를 보며 무슨 생각하실까?
온갖 두려움과 놓지 못하는 미련들을 보며
‘그까짓 지고도 못갈 걱정은 뭐하러…’ 하실까?
조금은 흰색과 검은 색이 섞인 머리처럼
자연스럽게 넘치는 것과 모자라는 것을 안고 싶다
그게 다 나의 현 주소지 였으며 나의 생이었던 것
자신감도 두려움도 다 내 몫이며 실상이었음을
“어르신, 잘하고 계십니다!
몸이 불편하고 외로워도 견디시는 것
식사 꼬박 하시고 몸 움직여 운동하시는 것
가족들 면회 못와도 기다리시는 것
모두 모두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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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도 멋진 나이’
파란만장하고
풍잔노숙하고
우여곡절하고
희노애락하며
망망대해를 거친
그런 삶을 비웃지 말고
스스로 기죽지도 말자
바람에 씻기며
햇살에 바래지며
풍파에 멍들고
사연에 상처도 나지만
그렇게 세월을 산 인생이
고풍스럽고 멋드러진
노년의 아름다움은
진짜 자랑스러운
크리스찬의 결실이며 증거다
세상에 태어날 때 하늘이 주신
몇 달란트를 열심히 굴린 후
내어놓는 성과다
오래된 가옥
오래된 가구
오래된 옷처럼
탈색되어 바래진 색도
올이 끊어져 구멍난 곳
낡아져 위태한 곳도 있지만
닦고 쓸고 추스리고 고치고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처럼
우리네 목숨은
하나의 빈티지 명품
누가 뭐라고해도
하나님께 또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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