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받는 감사, 주는 사랑’
사람이 여럿 모인 곳에서 살다보면 알게 된다
사람들이 다 똑같지 않고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다인실 병원 생활을 하다보면 음식을 자주 나눠 먹게 된다
문병객이나 환자 가족들이 가져 오는 것도 있고
생일이나 또 누가 상자로 보내주는 과일같은 경우도 있다
양이 적거나 많거나 많이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 반응이 없거나 적다 맛없다 투정하는 사람도 있다
나눠주고 때론 후회할만큼 속상하고 기분이 나쁜 경우도 있다
이상한 것은 형편이 넉넉한 사람이 더 까탈을 부리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처지가 더 안좋은 사람이 감사도 나눔도 잘하기도 한다
어쩌랴, 사람마다 성격도 입장도 다른 것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산다
아는 분, 모르는 분, 친구 친척, 심지어 선교사님까지!
늘 비슷한 날에 돈을 보내주시던 분이 며칠 빨리 보내주셨다.
어디를 가시나? 무슨 일이 있으시나보다 그랬다.
그런데 뒤 이어 서너분이 또 평소보다 빨리 보내왔다
이상하다? 우연치고는 전에는 잘 없던 일이다.
그러다 바보같이 늦게 알았다. 그저 내 짐작이지만
이번 달은 추석명절이 하순에 있다.
그래서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보내 주신 것 같다.
잠시 멍해졌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맘이 촉촉해졌다
늘 ‘받는 감사’만 관심이 가다보니 ‘주는 사랑’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는 둔해져 있었다.
사는 게 늘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도 한다
받는 것은 예민하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온통 관심가지지만
나눠주는 일에 더 신경쓰고 배려하고 계획하는 경우가 잘 없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눈치가 늦게 작동하게 되었다
받는 감사보다 주는 사랑에 더 세심하고
깊은 배려를 하며 사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내가 다른 가족들보다 더 어렵고 더 험한 처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남들에게 받는 생활을 리얼하게 경험하며 살았을까?
거의 안 그랬을거다. 내 성격이나 상식적으로도 짐작해보아도.
더 필요하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향한 주는 사랑의 심성과
그러면서도 생색도 안내고 어떤 감사도 강요하지 않는
그 따뜻하고 자비로운 진심을 경험하지 못했을거다.
넉넉한 상태일 때의 도움이나 선물이란 그저 즐거움 차원이다
꼭 받을 필요가 없으니 거래처럼 주고 받기 십상이었을거다.
내가 한 번 받았으니 나도 한 번 주거나 때를 따라 하거나.
혹시라도 맘에 안들거나 기대이하로 적다면 감정도 상했을거다
그런 처지에서는 절절한 깊은 감사가 잘 안생기는 법이다
더 아픈 손가락, 더 연약한 자녀에게 더 쏟는 부모의 마음은
아무래도 건강하고 능력있는 자녀보다 더 진할 수밖에 없고
그 사랑을 받아야하는 자녀는 부모의 마음이 훨씬 깊이 들어온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과 아이들 나와 아내에게 베푸신
지난 날의 그 큰 자비도 그랬다. 생사를 좌우하는 사랑…
음식 나눠먹으며 겪었던 불편함들이 새삼 떠올랐다.
뭐가 부족하고 뭐가 기대하던 것만 못하고 뭐가 불평이고…
나도 형편이 넉넉하고 안받아도 살 수 있었다면 오히려
내 욕심을 기준으로 사는 감사 전용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게 주어진 불행과 가난과 연약함도 한편 유익했다는 걸
이제 인정한다. 안그럼 어찌 알았을까? 고난에 깃든 의미를.
‘받는 감사’보다 ‘주는 사랑’에 더 관심있고 더 능숙하고
한 차원 깊은 성품을 가진 분들도 있는 세상의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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