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혼자 애써도 안되는 것도 있다

희망으로 2021. 7. 26. 09:40

<혼자 애써도 안되는 것도 있다>

 

아내가 우울하다고 얼굴을 파묻고 시무룩히 말했다.

몸살 감기를 길게 달고 살면서 약을 사흘씩 타고 또 타고, 

또 연장해도 잘 안낫는 동안 몸도 마음도 지치나보다.

재활치료도 자꾸 빠지다보니 병원에서 두 타임이나 빼버렸다

잡아놓고 비우느니 다른 환자에게 기회를 줘야겠다며...

아내가 슬퍼하고 우울해서 풀이 죽으면 난 먹구름이 낀다

이럴 때면 좌절감과 까닭모를 분노가 사방을 에워싼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스스로를 달래고 애쓰고 살아도 소용없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무너지고 우울증에 힘들어하면

같이 맥이 빠진다. 내가 어찌하지 못해 무기력감도 몰려온다

 

한편 왜 안그럴까? 나라면 진작 훨씬 전에 꼬꾸라졌을거다 싶다.

아픈거 잘 못참는 나는 회복불가능한 난치병이라 진단받으면

나의 조급한 성격은 공포와 절망의 감옥으로 기어들어갈 거다.

그러니 아내가 안쓰럽고 공감이 되어 더 막막해진다

세상은 혼자만 잘한다고 잘 풀리는 게 아닌가보다

아무리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본인 아닌 가족이나

당시 시대의 이유로 불행해지고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얀마에서 지금 죽어가는 젊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그 개인이 잘못이 있고 게을러서 나빠서가 전혀 아니다

시대가 휩쓸고 가는 불행한 아수라장에서 불의를 거부하고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다가 생명을 잃은 것이다.

 

‘숨긴 죄로 받는 벌 아니냐? 부모나 조상의 죄로 그런 거 아니냐?’

날때부터 소경인 사람을 놓고 신앙인들조차 그런 말을 했다

그런 말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고 해서는 안될 말이다.

우리는 아무도 자기가 태어날 세상과 나라와 신분을 선택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자식도 원하는대로 낳을 수 없다

주어지는 환경, 주어지는 인연이나 가족은 그냥 내 선택과는 상관없다

그러니 주어지는 것들은 안고 품고 살아가야 한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기도 하겠지만 정말 힘들고 큰 대가를 치른다

아마도 낯선 곳에서 외롭고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인생은 그렇게 자기 하나 잘한다고 반드시 잘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다행인것은 같은 이유와 논리로 우리는 혜택도 받는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고 내가 심지 않은 것도 누리는 경우다

나는 부족하고 스스로는 가지 못할 길도 때로는 도움 받아 갈 수 있다

그것도 내 선택이나 내 공로가 아닌데도 오는 선물이기도 하다

나를 품어주는 나보다 나은 사람 부모 사회 세상덕을 보는 경우다

또 누군가의 격려나 보살핌으로 혼자라면 못이길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우울증도 극복하고 투병도 하고 곤경도 넘겨나간다

누군가가 손해를 감수하고 억울함을 따지지 않고 함께 가주는 덕분에.

 

그래서 신은 우리를 그렇게 묶어주나보다

나의 연약함을 안아주는 사람과 내가 안아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또 그 모두가 함께 살아가도록 공동체를 만들어주고 길을 인도해준다

어제 속 썩이던 남편이 오늘 아내의 짐을 져주고 곁을 지키는 반전이 일어나고

내일은 또 바뀌어 아내의 위로를 받거나 아내 덕분에 좋은 다음 세상으로 갈지

누가 알까? 그런 일은 절대 안일어날거라고 누가 장담할까?

공연히 힘든 날 생각해본다. 두 가지를 동시에...

‘혼자 애쓴다고 잘 풀리지 않는 세상이 있구나...’

‘내가 못나도 누가 참아주고 도와줘서 또 살아지기도 하는구나!’

이렇게 오늘도 하루가 가고 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

 

 

 

** 때로는 애쓰지 못하거나 애쓴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오기도 한다. 나눔과 사랑의 마음으로 살다보면...

내게는 막내딸이 그런 경우같다. ^^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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