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 없어질 몸으로 할 수 있는 것>
“도로 내려올 산을 왜 땀흘리며 올라가지?
아무도 예외없이 늙고 병들 생명은 왜 태어난걸까?”
나 자신만 들여다보면 이 한심하고 맥빠지는 질문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자기 손으로는 머리도 못 감고
막힌 소변도 해결 못하여 괴로워하는 아내를 돕다보면
그 해소의 자유를 같이 느끼는 순간은 정말 다 잊게 한다
시선이 옮겨가면 생각이 달라 진다
어느날인가 시간이 되면
반드시 썩어 없어질 몸뚱이
이 그늘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할 것으로
속살보다 백배 천배는 예민할 마음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수지맞는 교환인가! 싶다
병든 아내를 돌보는 일 빼고는 아무 것도 못하며
발목잡힌채 늙어가는 억울함이
가끔은 짜증나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떠올리면 우울함이 줄어든다
헨리나우웬이 장애자 아담을
진심으로 죽는날까지 돌보고
단지 그 하나만을 삶의 전부로 살다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일마친 사람처럼
하늘로 가셨음을 기억하면 새롭게 마음먹는다
그가 잠시 있다 사라지는 육신으로
영원할 아담의 영혼을 날마다 기쁘게 한
그 섬김과 어울림과 일상을 살았음이
어떤 설교보다 업적보다 귀하게 느껴져서...
모두가 시한부 몸으로 살다가는 인생이지만
썩어 없어질 것으로
썩지 않을 사랑의 기억과 나눔을 남기는
그 아름다운 마무리를 나도 배우고 싶다
그 길에 나도 끄트머리라도 끼고 싶다
향기를 맡으며 그림자라도 닮고 싶다
그 행렬들의 가장 앞에서 걸어가신 주님을
든든한 대장으로 의지하면서...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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