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글입니다. 그것도 씨잘데 없는 넉두리...ㅠ
바쁘신 분은 패쑤! 하셔도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사내 하나가 들여다 본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나침반이 있고...>
1.
마치 힘센 자석 하나가
자꾸 나를 끌고가려고 당기는 듯 해서
슬픈중력을 느끼며 버티는 중입니다.
초조해지고 부글거리며 날카로워집니다.
왜 그럴까? 숨도 멈추고 나를 들여다봅니다.
사랑할땐 사랑한다
두려울땐 두렵다
도움이 필요할땐 도와달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실로 용기있는 사람입니다.
하물며 잘못했을때 잘못했다 말할수 있다면
정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성자나 어린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그걸 못해서 무작정 보내는 몇 날만 지나면
매번 피로가 쌓여 지치고 우울해지곤 합니다.
여지없이 울타리를 치고 속으로 침묵하다가
외로움을 못견뎌 비맞듯 온몸이 젖어서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울게 됩니다.
수시로 작은 말들을 바로바로 하지 못해서
감수하는 큰 언덕과 깊은 골짜기입니다.
안으로 기도나 대화가 부족한 날들에
바깥으로도 통제가 불러온 그늘같습니다.
2.
사람의 일생은 사람을 얻는 길입니다.
친구 가족 동지 이웃...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꼼수와 기교로 그것을 얻으려고 매달립니다.
돈 권력 인기 그런 수단에 의지하고
심지어 무기삼아 협박조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진심과 애정으로 얻는 것인줄 모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엔
누구나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 공간이 소중하게 대접 받아야만
서로가 평안해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마치 태아를 감싸는 양수같은
생명 보호지역입니다.
그 공간을 알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하면
상대의 평안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평안도 유지하기 힘듭니다.
함께 사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방법은
가끔은 진지한 깨달음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농담일수도 있습니다.
오늘 누군가를 사랑하고 친하고 싶으면
작고 사소한 농담 하나로 다가가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잠시 살펴보아야합니다.
누군가를 말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나와 다른것을 찾아내
지적하고 간섭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무엇이 어떻게 필요할지 살펴서
도와주기 위해서라는걸 어느 날 알았습니다.
환자인 아내가 다른 환자를 유심히 보다가
나에게 뭘 거들어주라고 말하는걸 보면서...
내가 부족한 점을 알았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조용히 잠시 살펴주는
선의의 시간과 배려가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쉽게 사랑하지 못하고
친해지지 못하는 고립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3.
순간과 영원이 비교 대상일까요?
순간은 영원속의 아주 작은 조각입니다.
하지만 때론 순간 속에 영원이 담기기도 합니다.
길가 에 핀 작은 풀꽂속이나 아이의 웃음속에서
깊고 눈부신 생명과 사랑을 느낄 때...
희망은 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지금은 없는 것,
지금은 추운 것
지금은 배고픈 것,
지금은 억울한 것,
... 지금은 아픈 것...
어떠면 현재는 다 없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언제까지나 희망을 필요로 하는 세상은
불행한 세상일지도 모릅니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의 고통속에서
그래도 희망은 작은 풀꽃이나 아이의 웃음같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현실을 살아낼 힘이 되는...
그렇게 희망의 순간들이 모여 꽃피우는 일생이 됩니다.
사랑을 받는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수 있지만
사랑을 주는것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합니다.
한번도 사랑을 줘 본적이 없는 인생은
한번도 꽃과 열매를 맺어보지 못한,
아무 추억도 없는 메마른 나무와 같습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생명의 유효기간은 짧아집니다.
그저 나이들어가고 그저 메마른 나무가 되어갑니다.
“난 죽음이 두려워 그래서 비행기를 못타고 기차를 탄거지.
죽음자체보다 그 직전에 죽음을 의식하는 몇초...
그 시간이 두려워! "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여주인공이 한 말입니다.
그 몇초가 지금 나에게 몇년째 계속되는 느낌입니다.
나이가 든다는건 각자 가진 자루가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고
젊을 때는 담을수 없던 실패도 미움도 담을수 있고
헤어진 많은 이별의 아픈 기억들과
어쩌면 오지않을 오랜 기다림들도 담을수 있게 됩니다.
자루가 무거워지지만 감당할 수 있는 요령도 늘어납니다.
4.
가장 심한 고통과 큰 감사가 공존하는곳이 성전입니다.
가장 큰 죄와 용서, 절망과 희망이 공존 하는 곳이고.
성경에서는 우리 몸이 성전이라고 했습니다.
내면의 성전에서 평화를 유지할수 있는 사람은
세상 바깥과 평화롭고 좋은 친구가 될 수있습니다.
자기속의 평화를 지킬수 없다면
좋은 친구도 없고 세상도 평화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만난 남자와 여자가 서로 무지 좋아해서
데이트를 시작하고 마침내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음날부터 서로의 단점을 찾아내며
처음 만난 자리의 행복에서 아래로 내려가기 일쑤입니다.
사실 사랑은 그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거품과 욕심을 걷어내고 자기도 내려가야 합니다.
상대의 손을 잡고 같이 올라가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더 내려가면 그냥 시들어 죽는 갈림길의 자리에서...
우리 삶은 받아 놓은 도화지 한 장과 같습니다.
차마 손도 못대거나 겁 없이 휙! 그은 줄 하나 상처가 됩니다.
무조건 무작정 한사람당 한장씩 주어지는 도화지는
남이 못 그려주고, 옆 사람 흉내 내어 칠하다가는 망칩니다.
빨리 그리려 욕심내다 지우느라 땀 뻘뻘 흐르는 도화지 인생
처음부터 다시 시작 못하는 그림 한 장입니다.
된 대로 들고 접수하고 심사받는 그림 인생이기에
먼지 쌓이고 곰팡이 피지 않도록 닦고 쓸고
매순간 평화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하는 성전입니다.
고통의 순간도 감사의 순간도 이미 그려진 그림입니다.
검은 색과 흰색이 각자 하나만 있으면 우스운 그림이지만
함께 잘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면 멋진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5.
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압니다.
걷다 지쳐 털썩 주저 앉으면 그때야 하늘이 보입니다.
바삐 걷는 동안은 잊고 안보이던 하늘이 쉴때에 보이는 것을.
모두 자기 짐 하나 간신히 지고 비틀거리기도 하는데
그것도 힘든데 또 주는 짐이 있습니다.
사랑이라, 가족이라, 어른이라... 숭고하지만 무거운 짐.
길 가는 경우처럼 인생의 나그네에게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짐이 원래 그렇지만 애당초는 가볍다가 갈수록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더 가다보면 다시 익숙해지기도 하는 짐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제 모습이 풀씨 하나로 느껴졌습니다.
‘가벼운 풀씨 하나 훨훨 무거운 세상위로 날다
머리가 무거우면 안 되는데 근심은 늘어나고
가슴은 가벼우면 안 되는데 사랑은 줄어든다.’
병원 옥상에 빨래를 말리려고 올라갔습니다.
빨래줄에 널린 젖은 빨래들이 눈앞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네...하는데 무엇이 보였습니다
혼자 심심하지말라고 부지런히 나를 툭툭 치는 친구들,
바람 햇살 시간...
그사이 젖은 빨래가 마른빨래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6.
제 속에는 평생 나와 동반하는 나침반이 하나 있습니다.
무언가 결정해야할 선택앞에서고민할 때만 아니라
외로울 때도 화가 날 때도 들여다보게 되는 친구입니다.
아니, 어쩌면 스승같기도하고 이정표나 지도같기도 합니다.
그 나침반이 진심 나를 보내고 싶어 가리키는곳은 어디일까요?
북쪽? 가고싶은 곳? 보고싶은 누군가 있는곳?
그 방향은 나이마다 상황마다 겉으로는 늘 달랐습니다.
변함없는 것은 그 모든곳의 출발점이 내 마음속이었습니다.
어쩌면...도착지도 나침반은
늘 내 마음을 가리키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돌탑 같은 삶을 사는 내 마음입니다.
때론 아무리 공들여도
우리네 삶이 아슬아슬하기도하고
바람 숭숭지나가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때 아름답고 행복한적 있었다면 가치있지요.
더구나 진심으로 열심히 살았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내 하나가 멀리서부터 걸어와 우물을 들여다봅니다.
우물속에는 지치고 목마른 나그네의 마음도 보이고
사랑과 빛나는 기쁨을 그리워하며 희망을 품고 견디는
성전을 닮고 싶어하는 사람 하나도 보입니다.
윤동주는 그 우물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나의 우물속에도 여전히 사내의 마음이 있고
바람이 불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직 말하지 못한 희망의 씨앗들이 순서를 기다립니다.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나침반을 꺼내고 방향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 나침반에는 생산자와 모델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나님’ 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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