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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고맙고 불편한 이유

희망으로 2020. 9. 5. 09:21

 

<‘누군가’가 고맙고 불편한 이유>

 

병원 탕비실 씽크대 배수구에 온갖 채소 다듬은 부스러기와 음식 찌꺼기가 가득 차서 물이 빠지지 않았다. 간단한 그릇 몇개, 컵을 설거지를 하러갈 때 속상하고 싫어졌다.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자리라 종종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끗하게 치워지고 물이 잘 빠졌다 ‘누군가’가 청소를 한 것이다. 밤사이, 또는 주말에 치워지는 것은 청소 담당 아주머니들이 한 것이 아니다. 환자 보호자나 간병인 중 어느 사람이 말없이 치운 것이다. 

 

나도 늘 고마워하는 ‘누군가’가 다시 생각난다. 어디사는지 누구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우리 가정과 아픈 아내를 위해 늘 기도를 해주고 실제 병원비에 보태라고 돈을 보내주거나 반찬 건강식품 등 여러 도움을 주셔서 여기까지 살아왔다고 고마워한다. 그 ‘누군가’ 가 여기도 계신다는 생각이 지겹고 우중충할 수도 있는 오랜 병원생활에 청량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된다. 나는 그 고마운 ‘누군가’를 일년에 몇번이나 실천하며 사는 걸까? 문득 손꼽기  민망할만큼 참 적다는 기억에 미안해진다. 받기만 하고 누리기만 하며 산다...

 

길을 가다 강도만나 피흘리는 사람을 부축해 치료받게하고 먹을 것을 부탁한 선한 사마리아인, 그는 시간과 비용을 들였고 모자라면 다시 돌아오는 길에 더 내겠다 약속을 했다. 그는 명함을 주었을까? 다시 돌려받을 통장번호라도 다친 이에게 남겼을까? 그냥 ‘누군가’ 되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냥 떠난 것은 아닌지 몹시 궁금하다. 한편 그러면 상대적으로 내 사는 꼴과 비교되어 내가 더 초라하고 찌질해질거 같아 안그랬기를 바라본다. 그런데... 불안하다. 아무래도 이름도 안남기고 그냥 떠났을것 같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