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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은…

희망으로 2020. 9. 5. 09:19

 

<나의 첫사랑은…>

 

나의 첫사랑은...

50세에 왔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도 아니고

데이트를 신나게 할 때도 아니었다.

결혼때도 아니고

아이들을 셋이나 낳고 살 때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 모든 시기가 사랑속에 사는 줄 알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첫사랑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내가 아프기 시작하고 2-3년쯤 지나갈 때.

그러니까 결혼 후 20년이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그때까지 난 몰랐고 그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순간부터

이제 첫사랑의 의미를 느끼고 시작한다고 인정했다.

그 이전까지의 긴 시간들은 오직 나의 주장이고

나의 욕심이며 내 마음대로 안되는 사랑에 빠진적 없는

내 맘대로 산 세월이었다는 것을.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일찍 알고 어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전혀 모르고 해보지 못하고 떠나기도 한다는데

그나마 느끼고 알게 되고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50세에 시작된 나의 첫사랑은 고단하지 않고

밀땅이 조금은 줄어들어서 성질부리지 않아도 되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있으며 감사를 더 많이 하면서 하게 된다.

껍질을 한겹 벗겨내고 사랑이 가진 속살을 보고

속 맛을 보게되는 행운은 내 노력이 아니었다.

아내가 통증과 생명의 위험이라는 질병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하늘에 계신 분이 오래 참고 나를 붙잡고 돌봐준 결과였다.

잘 유지하고  잘 마칠수 있기를 기도한다.

사람이 거듭 태어나려면 엄마의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야하는지

예수에게 물었던 부자의 질문을 나는 안해도 될 것 같다.

사람은 한번은 엄마에게서 태어나고 

사랑의 의미를 알게되는 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전과는 조금은 다르게 살아진다는 경험을 하면 

그런 질문 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