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8 - '쉼'>
“수건! 컵!”
“어...귀찮아, 투덜투덜....”
머리 감겨주고 나도 씻는데 계속 아내가 부른다.
아내는 때론 짜증을 내는 나를 불성실한 간병인이라고 했다.
그래도 무지 바쁘게 뭔가를 하다가 쉬는 짬은 진짜 달콤하다.
“그래서 당신은 내게 그 꿀맛을 주려고 살아간다니까! 국화를 피우려고 밤새 울었던 소쩍새처럼!”
- 아, 그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진짜 소쩍새가 국화를 위해서 울었을까? 시인이 봤데?”
“뭔 소리여? 아니, 시인이 거짓말을 하겠어? 왜 그래?”
“혹시 옆에 있는 코스모스를 피라고 운건 아니고?”
“그리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며? 겨우 한 송이만?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핀데?”
“아, 이 사람이, 한 마리가 한 송이를 위해 울었겠제!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떼로 울었겠지 뭐!”
“우리 시골집 앞밭에 국화 심었었잖아, 그때 소쩍새 우는 소리 못 들었는디?...”
“내가 들었어! 들었다구, 잠이 안와서 새벽에 마당에 나가보면 사방에서 소쩍새가 울어대고 있었다구!”
“으잉? 그래서 밤마다 잠 안자고 기어나갔구나... 어떤 잡것이 남의 남편을 불러내고 그랬다냐”
“뭐여? 그건 소쩍새가 아니고 뻐꾸기지! 뻐꾹! 뻐꾹! 두 번 울면 시부모 몰래 살금 나갔다는 젊은 부부들 이야기잖아!”
“그게 뻐꾸기였었나? 그럼 그렇다치고!”
“어이그...그만하자, 이러다 우리 두 사람 다 정신과 약 먹어야겠다! 흐흐”
쉼 - 오래 같이 살다보면 이렇게 죽이 맞아서 낄낄거리며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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