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읽으며 수다떨기 7 - 빗소리가 너무 슬퍼요>
[땅위에 움직이는 생물이 다 죽었으니 곧 새와 육축과 들짐승과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라 창세기 7장 21절]
무려 150일을 물속에 잠겼어요. 그러니 살아날 길이 없겠지요?
코로 숨쉬는 모든 생명들은...
빗소리를 참 좋아했지요.
계절이 바뀌는 날들이면 더 반갑거나 더 진한 느낌을 부르던 빗소리.
겨울이 너무 오래 어깨를 움추리게하고 가슴도 꽁꽁 굳어지게 할 때 쯤
톡톡톡! 처마차양을 두드리며 떨어지던 봄비는 얼마나 반가운지!
여름 긴긴 폭염이 늘어진 오징어처럼 몸을 퍼지게할 때 쯤
차갑게 얼굴에 후두둑 뿌리던 가을비는 또 얼마나 생기가 나게 하던지!
서럽도록 맑고 정신을 깨워놓던 외로움 가득 담은 빗소리도!
하지만 그렇게 정답고 반갑고 서러움조차 아름답게 느껴지던 빗소리가
숨 쉬는 모든 생물들을 거두어가는 심판의 도구가 되다니...
죽음 앞에서는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고,
죽음 앞에서는 부자와 가난한이도, 강자와 약자도 없다더니
진작 그 모든 차이를 넘어서는 죽음이 있다는걸 알고 살아야 했었는데...
그 안에서 움켜쥐고 빼앗고 바둥거리며 아귀처럼 살다니,
마침내 무너지네요.
흙으로 만들어진 생명이 비에 젖어 무너지네요.
형체도 없어지고 기력도 사라지면서...
생명을 주신 이가 죽음도 주실수 있다는거
늘 잊고 살았지요. 오늘도, 지금도...
그런데 비가 그친 이 시대, 이 날에 빗소리가 기다려지네요.
참다 견디다 지친 내 마음이 빗소리를 그리워하네요.
다시는 그 빗소리는 듣지못할거라고 하늘에 무지개 띄우는데도
다만 바닥에 깔려살아가는 내 삶이 고단해서...
한 번만, 내게만 내려붓는 비를 보내줄 수 없나요?
잠들듯 피아노처럼 들려지는 빗소리에 불려가고 싶어요.
행여나 이렇게 지내다 눈밖에 밀려나 벌로 오는 비는 맞기 싫어서요.
'창문 두드리며 비가오네! 사랑의 빗줄기~'라는 노랫말처럼.
[땅위에 움직이는 생물이 다 죽었으니 곧 새와 육축과 들짐승과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라 http://bible.com/88/gen.7.21.k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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