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누구세요?
나가요! 왜그러세요!"
새벽1시가까이 된 시간,
같은 병실의 아가씨환자가 놀란 목소리로 비명에 가깝게 소리를 질러 잠이 퍼뜩 깼다.
일어나서보니 어떤 남자가 돌아서서 슬금슬금 방에서 나가고 있었다.
다들 자느라 불꺼진 방의 어둑한 시야에도 지팡이를 집고 절며 걷는데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 소동이 벌어지고 아침이되어 간호사실로 알리고 환자들끼리 웅성거리며 파악한 결론은
복도끝 남자환자실에 최근에 온 사람이었다.
젊을때 무슨 사건으로 고문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착란 증상이 생겼는데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공동간병을 받으며 지내는 모양이다.
여자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겐 조심하라는 주의보가 내렸고,
그런 사람을 마땅한 대책이나 보호자도 없이 병실을 돌아다니게 한다는게 화도 났다.
그 일을 겪은 아가씨환자는 엄마가 와서 청심환을 두 번이나 먹이고
놀란 가슴은 진정이 안되어 많이 힘들어 했다.
그렇다고 당장 무슨 퇴원을 시키거나 개인 간병인을 두거나
그 무엇도 만만치 않았다.
왜 안그럴까? 현실 형편이라는게 그렇게 호락하지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은 안식일,
오후 4시가 되어 부랴 서둘러 7층예배실로 올라갔다.
뒷쪽에 자리잡아 앉은 후 앞쪽 여러 사람들을 살피며 내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무심히 그러다가 나 스스로 깜짝놀랐다.
그것은 참 민망하기도하고 슬프기도 했다.
며칠전 그 남자 환자가 혹시라도 있지나 않나? 하며 살피고 있었던거다.
그런데 두어번을 둘러보다가 내 반응이 이랬다.
'휴~ 다행이다, 행여나 와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안보이네!'
그러다 소스라치게 놀란거다.
- 다행히?...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하나님을 만나는 예배시간, 예배장소에 내가 불편하고 기분 상할 것 같다고
안보이기를 바라고, 안보인다고 다행이라니...
누군가는 똑같이 그런 시선으로 나의 모습을 보기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나님보시기에는 나나 다른 사람이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잘났다고 회당이나 시장 중심에서 서서 손들고 기도하는 외식자같은 모습이라니...
가끔씩 수준높고 아주 부자인 사람들이 끼리끼리 친목하며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들, 별 사귀어도 소득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멀리하는 태도에
화난 사람처럼 따지기도 했었다.
하나님을 따른다며 모이는 교회에서조차 계급과 부류가 나뉜다는 서운함을 가지고,
또 아주 행복하고 잘나가는 건강한 사람들은 불행하고 무거운 사람들을 회피한다.
불편하고 마음놓고 자랑도 못하고 새로 산 옷이나 차도 자랑못한다는게 싫어서...
그런데 오늘 내가 그런 못난 사람의 냄새를 피우며 그런 태도를 가졌다는게
참 서글펐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이러고도 하나님이 나를 더 사랑하는 내 아버지 운운 그랬다니...
누구를 뭐 묻었다고 흉보고, 누구를 낮은 곳의 사람이라고 무시하는지,
아직 멀다. 아님 아예 불가능한건 아닐까? 하늘백성으로 인정받을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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