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사랑만이 연약함을 버티게 한다.

희망으로 2012. 10. 3. 09:40

무슨 일이 있어 딸아이와 감정이 상했었다.

추석을 딱 열흘 앞두고...

별일도 아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 순간의 상태가 어떻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무사하기도 한다.

모든 갈등은 어쩌면 '불행'이 아니라 '불운'일지도 모른다.




- 화풀릴 때까지 서로 연락하지말자, 또 다툴지도 모르니...


그로부터 엿새만에 아이로부터 문자가 처음으로 왔다.

미안하다고, 다시 잘지내자고...


그동안 많이 힘들고 세상은 버틸려고 사는게 아닌데 그랬다.

애당초 대단한 일도 아니었고, 누가 딱히 잘못한것도 아닌 일이라

그저 사는게 지루하고 손이 닿지 않는 지금 상황이 그저 싫었다.


다시 엿새가 지나고 병원으로 온 딸아이는 밝은 모습으로 

예전처럼 아내와 내게 작은 즐거움들을 주었다.


추석전날, 마트에서 장을보아 3시간 가까이 요리를 했다.

'쁘띠야롤'이라는 처음먹어보는 멕시코음식!

다듬고 도마질하고 프라이팬에 볶고~

내친김에 오징어와 새우가 파보다 많이 들어간 해물파전도 했다.

기다리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딸아이 덕분에 큰아이 자취방은 명절분위기가 났다.


 

 


  


병원에 좀 심사가 사나운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걸핏하면 목소리높이고 자기 주장이 먼저 나오는,

그래서 사람들이 슬슬피하고선 뒤에서 흉보고 수군거리는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모두들 방에서 연속극보며 쉬기도하고 자기도 하는 시간,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진 복도 끝 휴게실 문턱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무언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더니 끊고 멍하니 계속 앉아 있었다.

다른 때는 복도에서 마주치기만해도 고개돌리고 피하고 싶어지던 사람인데

같은 사람이 왜 등쪽을 보면 그렇게 달라질까?...


아무리 큰 사람도 등 뒷모습을 보면 작아보이고 쓸쓸해보인다고 하던가?

더 이상 화도 낼 수 없고 무서운 표정도 지을 수 없는 '등' 의 특징이라던가?

누구나 '등'을 가졌고, 그 등이 풍기는 말없는 침묵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알고보면, 들여다보면, 등 뒤를 보면 

누구나 연약하고 살다 생긴 고단함과 쓸쓸함을 감출수 없나 보다.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하는 말한마디를 필요로 하는 허기진 사람들...


사랑만이 그 구덩이를 메우고.

사랑만이 그 허무 맹렬한 껍질을 들추고 평안을 주는 것을!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이 유난히 따갑고 밝다.

추석이 막 지난 좋아도 너무 좋은 가을 날 햇살!

가을 햇살이 아깝다.

일년중 아주 짧아서 더 아깝다.

마치 우리 일생중 좋은 날이 얼마되지 않아서 좋은 날이 더 좋듯!


노란 은행잎은 노란색을 담고 

빨간 단풍잎은 빨간색을 담고 

사랑고픈 사람은 사랑을 담고

이 가을을 지나가는 중이다.

오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