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걸러도 가끔도 아닌 ‘날마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오라고해도
재미있는 것을 보러 오라고해도
날마다 오라면?
그러다 점점 시들해지거나 어느 때는 귀찮아짐을
분명히 느끼게 될 것입니다.
좋은 일도 그런데 하물며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랍니다.
하루 건너 이틀 건너도 아니고
가끔이나 힘이 날 때만도 아니고 날마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자기를 부인하고!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데로도 하지 말고
내가 가고 싶은 데로도 가지 말고
내가 잘하는 것 접고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따르라는 말인데...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시면
피하지도 말고, 남에게 넘기지도 말고
이것 저것 가리지도 선택의 자유도 없다는 말씀!
모든 일들을 만나도 순종하라는 것인가요?
요즘 제 사정은 통 모르시고
얼마나 헉헉거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지
조금도 감안해주지 않으시는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이 말씀을 오늘 아침에 들려주심은
자꾸만 짐을 내려놓고 남에게 나눠주고 싶은
제 속을 들여다보신 하늘아버지의 일침이신가 봅니다.
그것도 따끔한!
그래도 수긍할 수밖에 없네요.
저만치 앞에 먼저 걸어가신 주님이 그렇게 가셨으니
날마다 쉬지 않고 기도하시고
날마다 병자들과 죄인들과 함께하시며
단 하루도 멈추지도 쉬지도 않으신 그분 앞에서서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집니다.
자기 죄도 없는 분이 그 짐을 다 지고 가시는데
내 죄로 인한 자업자득 보따리야 뭐라고...
그럼에도 주님은 변화산에서도 내려오고
제 발로 만류하는 예루살렘으로도 들어가시고
유다에게 배신을 당하시면서도 계속하라!고 하셨지요.
피할 수 있는 때도 피하지 않으시고
좋은 시절을 늘릴 수도 있는데도 안하셨지요.
어떤 때는 정말 도망치고 싶어요.
성전으로 기도원으로 하늘로!
그곳에서 울기만하고
그곳에서 하소연만 하고
그곳에서 계속 위로만 받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도 합니다.
이 지긋지긋한 생로병사의 세상으로 다시는 오고싶지 않고
지지고 볶는 모난 사람들 투성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주님은 내려오시네요.
하늘에서도 내려오시고
눈부시게 흰옷으로 변한 산에서도 내려오시고
쉬지 않는 한적한 곳의 기도에서도 돌아오시고
모든 사람들의 칭송과 떠받드는 자리에서도 내려오시네요.
그리곤 세상끝까지 하늘나라를 전하라 하시고
내 양을 먹이라 신신 당부하시네요.
정작 아쉬운 것도 없으신 분이 앞서서 그러시니
....그럼 뭐 할 말이 없지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제게도 조금의 믿음을 주셔서!
겨자씨만하지만 큰 힘이 됩니다.
지금 등에 지고 메고 끌고 가는 이 짐들이
비록 오늘 내일 벗겨질 것 같지 않고 힘들지만
그건 제 기도가 모자라거나
하늘아버지의 다른 계획이 있으셔서 그런거지
능력이 없으시거나 사랑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고
믿어진다는 겁니다.
그러니 견딜 수 있습니다.
제게 이걸 알게 해주시고 맘 약해지지 않게 해주시니!
안 그랬더라면 몰려드는 두려움과
시시때때로 덮치는 고단함들을 어떻게 버티겠어요.
짧지 않은 시간의 무거움과 계속될 절망감은
또 어떻게 감당하며 보내겠습니까?
단 며칠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거나
죽음에 이르고 말았을 겁니다.
본래 사람은 몸의 고통보다 공포감에 지레 죽는 법입니다.
이 새벽에 주시는 영의 양식과 지혜를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아멘!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 누가복음 9장 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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