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는 멀리 서서’
별이 내 눈에서 멀리 있는 것처럼
너무 멀리 떠나와서 빈털터리가 된 탕자처럼
그렇게 내 마음은 아버지 앞에서 멀리 있습니다.
잘할 수 있을 때는 딴 곳에 눈을 팔며 살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큰 일이 생겨서야 손만 내밀었으니
염치가 없어 앞자리로는 도저히 못가고 멀리
이렇게 멀리 서서 바라봅니다.
저는 세리보다 더 사랑받으며 살았기에
세리보다 더 염치가 없어 세리보다 더 뒤에 섭니다.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한 때는 의욕이 넘치는 대로 일도 하고
그 일을 내가 해드리는 거라 생색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일이 꼬이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불평과 미움을 쏟았습니다.
일 년, 아니 한 달 앞의 생사도 모르게 되고
죽기 전까지 먹을 거나 안 떨어질지도 장담 못하는 지경이 되자
하늘위에 계신지 안개 속에 사라지셨는지 의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폭풍구름 가라앉으니 또 고맙다고
믿는다고 쫑알거려봅니다.
몇 번을 오르내리며 돌아섰다 다시 돌아오고 하다보니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러 당당하기가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제가 밉지요? 제가 못났어요...
저도 아이들 키우지만 변덕이 잦으면 많이 속상했습니다.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제가 무슨 말을 하리이까?
두 손 들고 하늘을 향하리이까?
언제 하나님을 빈정거렸냐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힘차게 찬양이라도 하리이까?
아닌 거 하늘도 아시고 저도 아는 형편에
다만 가슴을 칩니다.
차갑게 식은 빵 한 덩어리가 식도에 걸린 듯
기가 막혀 숨을 내보내기도 들이기도 힘든 듯
그저 가슴을 쳐봅니다.
그래도 말 할 수 있는 기운을 주신다면
아버지께 울먹이며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라고...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불쌍히,
그저 불쌍히 여겨주소서!
한 때는 돈만 있으면 해결 될 것 같았고
한 때는 실력 있는 의사만 만나면 살 것 같았습니다.
환자도 의지만 있으면 회복되고
정성만 다 하면 기적처럼 살아나서 자랑도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것 저 것 다 무너지고
아무 것도 희망의 끈이 아님을 알면서는
하나님 잘못도 아닌데 하나님까지 도매 값으로
불신의 대상으로 보따리에 싸놓고 한숨 푹푹 쉬기도 했습니다.
불쌍히 여기시고 한 번 다시 눈길을 주소서!
그 자상하고 어루만져주시는 손길이 그립습니다.
봄눈 녹는 평안함으로 몰려오는 단잠을 자고 싶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시여!
불쌍히 불쌍히 여겨주소서!
달리 무슨 말을 하리이까?
아버지가 안계시면 천하에 가장 불쌍한 사람이 성도라 하셨지요.
계셔도 불쌍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돌아봐 주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그렇습니다.
저는 죄인이로소이다.
그래서 갈 곳도 없고 반겨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아버지만이 저를 용서하여주소서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용서를 바라고
이렇게 멀리 서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하늘도 당당히 보지 못합니다.
쉴 새 없이 장마철 넘치는 저수지 물같이 흉흉한 저를
죄인이라 불러주시고 다시 시작하게 해주소서
빤히 보이는 반복할 성품과 욕심을 모른체 해주시며
한 번 더 품에 안아주소서.
이 혹한의 밤에 날씨 때문에만 추운 것은 아니리니
맘이 시리고 외롭습니다.
왔다 갔다 변덕부린 제 지난 기억들 앞에
세리가 앉아 통곡을 하고 있네요.
제 맘이 그이보다 더 아프고 민망한데
자꾸만 저를 뒤로 뒤로 밀어갑니다.
이러다 문턱을 넘어 밀려나고 문이 닫히기라도 하면
저는 어쩌라고요.
아픈 아내는?
아직 꿈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아이들은?
...어쩌라고요.
저는 죄인이로소이다!
용서 받고 싶고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은
죄인이로소이다!
<오늘 안식일 말씀으로 기어이 저를 울리며 주신 누가복음 18장 13절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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