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몸의 지체들과 야단치며 놀기??

희망으로 2010. 10. 1. 08:01

오늘은 10월의 첫 날,

정기적으로 하는 피검사와 소변 검사가 있는 날.

새벽다섯시 반에 피도 빼고 소변도 빼갔다.

 

"아마 소변 검사에서 또 벌레들이 나타났다고

항생제 주사들고 올지도 몰라, 그지?"

 

요즘 허리를 다쳐 운동도 못하고 침상에만 있는 동안

자꾸 소변 냄새가 많이나고 탁해진 것을 보던 참이라...

 

"야! 니들, 방광안에 숨어 있는 균들아!

빨랑 알아서 나가지 않으면 에프킬라 마셔버린다!

그러니 살아서 고이 나가라!"

 

그렇게 말하면서 둘이 킥킥 웃었습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한 두달도 아니고

해를 넘기도록 항생제 주사를 달마다 맞게 하니

그때마다 심각한 얼굴로 걱정하는 것도 지겹고

늘 그렇게 대하다간 지레 사람이 먼저 나가 떨어질 것 같아서

차라리 웃으며 받아들이기로 하자는 두 사람의 합의!

 

하는 김에 더 하자.

 

"야! 너 방광! 너도 좀 반성해.

왜 소변을 안내보내고 맨날 끼고 살아서

벌레들이 집짓고 3대를 모아 살게 하냐고!"

 

그러고보니 방광만 야단 맞을 일이 아니네요.

 

"야! 너 대장 직장! 니들도 마찬가지야.

냄새나는 변들을 나가지도 못하게 입구를 막아서

니들 덕보는게 뭐냐?  빨랑 내보내고 새 손님 맞아야지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 "

 

하는 길에 또 옮겨서 다 해버리자.

 

"야! 눈! 넌 따라할게 없어서 따라하냐?

뭐야 두 눈이 같이나 하던지,

한쪽은 신경을 끄버려서 못보게하고

한 쪽은 동맥공급을 차단해서 못보게하고,

이게 뭐하는거야?

오래 끌면 까만 안경 사서 니들 나아도 안보이게 쓸지도 몰라,

그러니 빨리 그만하자 응?"

 

그러고보니 다리가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래 넌 멀쩡하게 생겨서 왜 안 움직이는거야?

애들도 다 들고 올리고 하는데

넌 나이가 40년도 지났는데 아기처럼 서지도 못하니

참 보기 좋다. 안 창피하냐? 벌떡 세우고 일어나 좀!"

 

"오른 팔! 너도 마찬가지야.

어깨 위로 올라가면 누가 잡아 먹냐?

좀 들어 올리고, 손도 좀 꼭 쥐어 봐,

자전거 핸들도 못잡아서 수건으로 손을 묶어야 돌리니...

언제 제 구실을 해줄꺼야?"

 

"..... 폐! 넌 참 심각하다.

이건 뭐 야단치고 할 대상이 아니잖아?

넌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중요한 지체인데

주름막 작동을 못하고 그냥 쉬고 있는지가 벌써 얼마인지 알아?

거기 왜 있는거야? 그냥 있을거면...

제발 부탁이다 좀 움직여줘, 숨좀 쉬자, 제대로!"

 

"위장아, 너한테는 참 미안하다.

도대체 약이라는 약은 다 먹이고

한번에 열몇개씩이나 먹이지 않나

쉬지도 않고 울렁거리는 주사가 들어오지 않나

그러니 맨날 헉헉거리고 고생을 시키지.

조금만 더 버텨주라 안그러면 다 죽는걸 어쩌냐"

 

그러나 허리는 야댠을 못치겠다.

이건 순전히 주인 아줌마가 과욕을 부리다 다쳤으니

지 잘못도 아니고...

 

에고! 하다보니 뭐가 이리 많이 고장이냐.

무슨 단체 시위를하나?

뭔 요구사항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누가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다 죽게 생긴것도 모르고...

 

하여간 이제부턴 징징울며 사정안한다!

니들 빨리 제자리로 안 돌아오면 에프킬라만 사용하나 봐

지(G)킬라, 에이취킬라, 아이 제이 케이 L, M, N....

참 유치하지만 웃자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