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와 결혼한지 23년째 되는 날,
같은 병원에 있는 아가씨가 아내에게 와서
축하해준 말!
'아저씨랑 사느라 고생하셨어요!'
....
속상하지만 한편으론 맞는 인사,
장난삼아 했겠지만
오후 내내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는걸 알면
많이 미안할지도 모를 이야기!
"여보, 우리 다시 태어나면 절대 결혼하지말자!"
이런 말이야 예전부터 여러번 해서 익숙한 말,
그런데 오늘 다시 그이야기를 하니 좀 다른 분위기다.
"우리 참 오래 살았다, 23년! 그렇지?"
"먹고싶은거나 가지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봐!
단 3만원이내로, 아니다 까짓거 5만원 정도까지 해봐!"
아내는 빙그레 웃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단다.
반대로 아내가 내게 물었다.
"당신은 소원이 뭔데? 말해봐!"
"나? 난 당신과 다시는 결혼하지 않는것!"
아내가 얼굴이 시무룩해진다.
"다시 태어나서도 결혼하지 않는게 소원이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돌려준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더 울상이 된 아내,
"새삼스럽게 처음 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알잖아?"
그래도 웃지 못하는 아내,
천국가면 "어이! 안정숙! 왜그래 김재식!" 그렇게 불러서
이야기도하고 산책도 하면서 친구처럼 지낼거다.
그러니 세상에서도 그렇게 지내면 더 좋겠다,
뭐 그런 뜻으로 자주 하던 이야기였다.
"결혼안하고 친구로 만나서 당신에게 잘해주고싶어,
21살 세상모르는 아가씨로 날 만나서 시댁살림하랴
아이들 셋 키우랴 변덕스런 신랑챙기랴 20년 넘게 고생만 했잖아
다시 돌아갈 수만 있으면
그딴거에 얽매여 하고 싶은거 다미루고
늘 남의 인생 도우미로만 산 세월 뒤집어 살게 해주고싶다.
시댁도 없고 친정도 없이(아픈 추억도 많아서...)
아이들도 없고 그렇게!
그러면 이렇게 말하라고 했다.
"어이, 김재식! 이리와 우리 차 한잔 하자,
배고픈데 맛있는거 해먹을까? 좀 해봐!" 라든지
아님 "오늘은 피곤해 귀찮아! 혼자 쉴거야, 내일 놀자!"
이런 거절도 하고...
난 열심히 일하고 돈벌어서
선물도 많이 해주고 그림그리는 작업장도 만들어주고
그거 전시하는 곳 따로,
책보고 기도하고 노래부르는 곳 따로, 다 만들어줄거야!
그랬더니 아내 얼굴이 좀 펴진다.
"그건 괜찮네!"
그뿐 아니라 지금처럼 병나면
좀더 좋은 병원에서 돈 걱정안하고
목욕실도 크고 병원 살림도 많이 장만해주고
영양가 높은 좋은 음식도 자주 사주고...
정말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 병원비 걱정에 내 건강걱정에 수심이 많으니
환자에게 좋을리 없는 고민을 자주하는게 맘에 걸린다.
23주년 결혼기념일에 마음속 다짐치곤 좀 이상해졌다.
-다시는 아내와 현생이나 다음 생이나 절대 결혼안한다??
아직 더운 바깥 공기를 무릅쓰고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을 나섰다.
마실거나 좀 사고 아이쇼핑이라도 시켜주면서 나들이차!
그러다 서점엘 들러 결혼기념으로 책하나 샀다.
이해인수녀가 적극 추천한 '힘들땐 그냥 울어!'라는 치유에세이!
그리고 나와서 마루 바닥이 좋은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서
이애기 저애기 하면서 먹다가 비상이 걸렸다.
두세시간마다 닥치는 소변빼는작업 '넬라톤'이 급해졌다.
팔다리가 싸늘해지기 시작하니 서둘러 병원으로 와야만 했다.
이게 현실이다...
씩씩거리고 와서 일처리하고 땀빼고 나니
온몸이 나른하고 이말이 와 닿는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니까!
...병원생활도 해당될줄은 몰랐다.
그것도 결혼기념일이라고 병원밖 간신히 나간걸 갖고!
궁시렁궁시렁...
그렇게 또 한해의 탑이 쌓아지고
같이 지낼 시간이 한해만큼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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