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막차가 올 때쯤의 버스정류장 풍경...

희망으로 2010. 9. 4. 02:02

밤 공기가 조금은 무기를 내려놓은 듯

입에 죽겠다 소리는 안나오는 9월의 밤 12시!

 

멀리서부터 달려온 좌석버스 한대가 와서 선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진다.

아침 출근 같기야 하겠나만 이 시간을 감안하면 참 많다.

술 회식을 하고 오는 사람

늦은 업무로 지쳐 졸린듯 힘없는 사람

열심히 무언가를 공부하듯 책과 이어폰을 끼고 내리는 사람

이렇게 또 대한민국의 하루가 문을 닫는다.

외국인노동자 누군가에게 꿈의 나라일지도 모를 대한민국의 풍경...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우루루 깔깔거리며

젊은 처자들과 머스마들이 앞을 지나간다.

노래방이 2차였는지 3차였는지 잘모르겠지만!

참 발랄하고 무엇인지 신난 표정과 자신감이 가득하다.

부디 그 기운으로 일생을 우울하지말고 살았으면...

밤늣게 집에 돌아가는게 꼭 좋기야할까만

취업이다 성적이다 너무 고민도 많은 젊은 생명들이 안타깝다보니...

그럼에도 청춘은 생생하기만 하다.

표정에서 온몸에 넘치는 푸른 빛 건강미!

아무거나 입어도 탱탱하고 섹시하기만한 몸매들이 부럽다.

 

이제는 버스도 오지않고

진짜 밤이 깊어지는지 거리도 뜸해지는데

길 건너편 무슨 수산 횟집은 아직도 불이 환하기만 하다.

저놈의 수족관 고기들은 밤에도 잠도 안자나??

밝은 조명아래 저렇게 오래 있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는게 신기하다.

홀안을 왔다갔다하는 아주머니 두어명

저렇게 늦은 밤까지 잠을 쫏으며 일하셔서 버는 돈은

분명 자기를 위해 버는게 아닐거다.

자식들에게 다 털어넣거나 어쩌면 더 늙으신 부모라도 있을지...

온 몸 결리고 쑤시지 않는 곳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쩌자고 사는게 저리 고단해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자정을 넘기며 일하시는지...

 

버스정류장 근처 24시간 편의점에서 젊은이 하나가 나왔다.

늦은 시간 자주 음료를 사러가서 낮이 익은 알바 학생이다.

담배 하나 꺼내 불을 붙이고 길게 내뿜는다.

아이고, 담배는 몸에 해로운데 더구나 이 시간에...

몰려오는 잠이라도 깨울려고 피우는 것 같다.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운동같지도 않은 운동을 한다.

내 둘째아들도 서울에서 한동안 편의점에서 일했다.

베이스며 피아노 개인교습을 받느라 돈벌어가며 지냈다.

아이가 변해서 하는말이

편의점에서 물건 사는 사람들보면 돈이 아까워 죽겠단다.

돈을 벌어보니 그곳에서 파는 가격이 많이 비싸고

하루 열시간식 일해고 들어오는건 얼마되않아서인가보다.

철들어서 병원을 오가는데도 택시타라고해도 꼭 일반 버스를 탄다.

낮선곳이라 부담될텐데도...

 

어저께 저 편의점 청년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날마다 여기 비싼데서 사지말고

아래 할인마트에서 사시지 그러세요?'라고!

나도 안다. 밤 11시 전에는 그곳에서 산다.

그러나 늦은 시간엔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길에 우두커니 빈손으로 있는건 너무뻘쭘해서...

 

이제 다시 병원으로 올라가야겠다.

혹시 집사람이 잠에서 개어 용변이 급해서 나를 찾으면

이 밤중에 버스정류장 풍경처럼 낭만적이지 않은

가슴아픈 풍경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