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94 - ‘바람이 불어도 일어나는 사람‘
바람이 불고 나서야 풀은 눕는다.
자연적인 현상은 그렇다.
바람이 지나가야만 풀은 일어난다.
종종 사람의 삶을 풀에 비유하기도 한다.
튼튼하고 우뚝 선 거목은 아주 소수고
아주 많은 사람들은 흔한 풀에 비유된다.
그저 바람이 불면 눕고
바람이 지나가고나면 일어나는
이름없는 풀무더기처럼
그러나 풀은 나무보다 부드럽고
심지어 질긴 생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태풍에 뚝 부러지는 나무보다
형편에 순응하며 잡초처럼 질기게 산다
어떤 사람은 조금 다르게 살기도 한다
바람이 오기 전에 바람을 느끼며 미리 눕고
바람이 아직 사라지지 않아도 몸을 세운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엄과
자존심을 지키는 길인지도 모른다
살다보니 종종 그 비슷한 반응을 하기도 한다
아직 절망이 사라지지 않아도
툭툭 털고 일어나 새 일상을 시작하는 각오
그런 자세로 산 날이 길게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파서
그치지 않는 심한 바람처럼 불어닥치면
여전히 바람은 불어도 일어나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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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94 - 바람이 불어도 일어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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