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작은 기도

그저 기도 45 - 세상이 내 것이 아니었던가요?

희망으로 2022. 7. 29. 00:01

‘세상이 내 것이 아니었던가요?’

미래 세상을 소재로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보면서 영화랑 상관없는 엉뚱한 부러움이 내내
나를 툭툭 건드려 몰입 못하고 샛길로 빠졌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대로 모두 움직여주고
내 생각과 결정에 따라준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물론 그런다고 결과가 반드시 잘된다는 보장은 못하지요
내 능력과 판단력, 지식 정보의 수준만큼 결과가 오겠지요

그래도 숱한 갈등과 마땅치 않은 불편함은 없겠지요?
그 영화에 나오는 가정용 도우미 로봇이 딱 그랬습니다
뭐든지 주인이 시키는대로만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하고
주인의 심기와 말투를 분석해 분위기를 맞추어 주었습니다
따뜻한 물과 좋아하는 음식을 내어 놓고 음악도 틀어주고!
세상에 이런 사람, 아니 나만을 위한 전용 맞춤로봇이
집에서 나를 기다려 준다면 얼른 집에 돌아오고 싶을겁니다
바깥에서 쌓인 피로와 짜증들이 다 풀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나도 있었으면 하고 부럽지요.
현실은 종일 일하고 집에 와도 가족 기분을 맞추어야 하는데…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말했지요?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하 생략) ]

내가 나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나는 타인은 고사하고 가족 누구에게 로봇의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이라도 편한 도우미가 되어 준 적이 있는가?
………
뭐 대답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들 하시겠지요?
저만 그런가요? 모두들 그렇게 잘하고 잘 사는데?

그래서 나도 가족들에게 그런 대접을 바라는 건 포기했습니다
성경에서도 남에게 대접 받고 싶은대로 너희도 대접하라!
그렇게 딱 잘라서 이기적 인간의 본성을 말했나봅니다.
사람들이 잘 안되니 아직도 그 말은 명언으로 계속 전해집니다

겪지 않아도 압니다. 세상 누구도 남의  소유가 아니고
물론 나도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왜냐하면 내 것이라면 내맘대로 움직일 수 있을텐데
그렇게 안된다는 거 모두가 아니까요!

놀라운 점은 남들만 내 것이 아닌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 자신도 내 것이 아님을 종종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정해놓은 내 결심대로 살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살다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감정도 내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아 갈등과 불행에 빠지고
생각과 머리에서는 아는데도 뿌리치지 못하는 유혹에 넘어가
낭비하고 위험에 몰리고 벌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내 몸도 내 맘도 내 원대로 안되면… 이건 내 것 아니지요?

그래도 소중한 만남에서 무언가 찾고 싶습니다
서로를 괴롭히고 쓸데없는 역할만 하라고 가족이 되거나
친구, 이웃, 동료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모두가 자신을 스스로 조율하지 못하고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만만한 도우미로 유익을 주지 못함에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함께 보내는 단 한 번의 일생에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주인을 찾는 여행을 하는 거 아닐까요?
부족하고 일관성도 인내심도 모자라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 숨어 있는 분을
눈 감고 알아내는 술레잡기 중이 아닐까요?
부디 가난한 상태에서도 천국을 얻는 복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