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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44 - 벌판같은 세상에서 들꽃처럼 살고 싶어

희망으로 2022. 7. 28. 01:18

그저 기도 44 - 벌판같은 세상에서 들꽃처럼 살고 싶어

꽃처럼 살고 싶어…
누구나 그런 바람 가져본 적 있잖아요?
향기를 바람에 날리며 햇살에 반짝이는 꽃잎들
아무 욕심 내지 않고 살다가 가는 홀가분한 생
아침이면 이슬을 받아 잎에서 땅으로 흘려 내리고
저녁이면 노을을 바라보며 꽃잎을 닫는 나날
그렇게 딱 한계절만 살수있어도 더는 소원없는 생

꽃처럼 못사는 이 세상의 길
누구나 버티다 어느 순간이 오면 접고 잊지요?
질기게 질기게 파도를 넘고 넘어
때로는 죽지 못해서 끝까지 산다는 말을
입에 담거나, 혹은 도로 삼키거나 상관없이
한 두번, 아니, 수십번 수백번은 하고 사는 삶

이렇게 꽃처럼 향기롭지도 못하고 맑지도 못하고
탁한채로 때로 썩은 냄새가 나도 살아내다가
좋은 날도 분명히 있었지만 오래 누리지 못하고
마치 한번도 좋은 날은 없었던 사람처럼 힘겨워 하는
그렇게 흔들리는 사람꽃이 되고말지요?

보리피리를 쓴 문둥이 시인 한하운도 그랬지요
그의 시 ‘삶’에서 꽃같은 삶이 꽃이 되지 못하는 슬픔을
욕이고 벌이다! 라고 탄식했지요

[삶 -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여기 있는 것 남은 것은/ 욕(辱)이다 벌(罰)이다 문둥이다.
옛날에 서서/ 우러러보던 하늘은/ 아직도 푸르기만 하다마는
아 꽃과 같던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葛藤)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섰다.
잠깐이라도 이 낯선 집/ 추녀 밑에 서서 우는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다행인 점은 우리에게는 꽃이 아니어도, 꽃이 못되어도
반겨주고 안아주는 그리스도와 하나님이 계시지요
무엇이 되어도 등돌리지 않으시는 사랑이 넘치는 분이!
많은 것이 갖추어진 온실속이 아니어도 살 수 있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 피어도
혼자 피었다 혼자 사라져도 들판의 꽃이 되어도
키우고 돌보시겠다 약속하시는 그 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