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도 43 - ‘날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면…그건 감옥’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나도 좋아했지요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나도 미워했지요
나를 좋아하던 사람도 열 번중 아홉 번을 좋아해도
한 번만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날로 멀리하고…
나에게 유익할 사람에게는 정성을 다하고
나에게 도움이 안될 사람은 무심히 흘려 보냈지요
내게 손해가 될 사람은 행여 다가올까 슬슬 피했지요
그렇게 사는 동안 꿈에도 미처 몰랐습니다
내 발밑은 점점 깊어지고 울타리는 높아져서
마침내 나 혼자만 갇힌 감옥에서 살게 되어버린 걸…
한때는 나를 향해 아무 바라는 것 없으면서
미소를 보여주고 말을 걸어주던 사람도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미소를 지어도 멀어져 가네요
그렇게 살지말라고 누군가 여러번 말했는데
흘려듣고 뾰족하고 까칠한 내 맘대로 하다보니
나를 잘 알수록 실망하여 떠나고 낯선 이만 남았네요
여러날 비가 내리고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다가
사람이 그리워 대화가 배고파 연락처를 뒤적이다보니
‘왜? 무슨 일인데?’ 하고 돌아올 말이 떠올라 두렵습니다
슬그머니 연락처를 덮고 홀로 사방 벽을 바라보니
이게 내가 만든 감옥이고 내가 만든 지옥입니다
좀 실없는 사람같아도 수다도 떨고 살아볼 걸
지루한 말 하고 또 해도 들어도 주고 웃어도 줄 걸
내 입에 안맞아도 같이 먹고 마시며 보낼 걸
내게 생기는 거 없어도 푸념할 때 등두드려줄 걸
똑 부러지지 않아도 막지말고 들어주고 끄덕여줄 걸…
후회되는 기억은 열 손가락을 다해도 넘치고
잘 한 기억은 열 손각락이 남아 돌아도 모자랍니다
아직 남은 날 동안 더 높은 담, 더 깊은 구덩이 안 만들고
다시는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배웅해주고 싶습니다
낮은 담 넘어 멀리까지 탁트인 마당처럼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웃는 소리로 와서 먹고 놀다가고 손 흔들고 다시 오는
그런 기쁜 집이 되고 싶습니다. 지옥도 감옥도 아닌…
아주 작은 불편함도 못견뎌 시작한 사람 밀어내기가
많은 날이 지나면서 이렇게 감옥이 될줄은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안그랬을겁니다. 이토록 고립될줄 알았다면
내 가시가 다른 사람들을 찔러 등돌릴 줄 알았다면,
진정코 그렇게 안 살았을 겁니다.
부디 나에게서 예수님으로 이 집의 주인이 바뀌고
쌓인 먼지와 날카로운 파편들과 냄새나는 잔해를 치우고
깨끗히 쓸고 닦고 신장개업을 해서 맞이하고 싶습니다.
‘주인이 바뀌었어요! 다시 와주세요! 신장개업입니다!’
라고 현수막도 걸고 방문하면 작고 예쁜 사은품도 드리고
밝은 미소로 문앞까지 나가서 맞이하고 싶습니다.
아직 그럴 날이 남아 있을 때, 더 후회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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