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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47 - 자꾸만 소중해지는 건 당신

희망으로 2022. 7. 31. 05:58

그저 기도 47 - ‘자꾸만 소중해지는 당신뿐…’

내가 가진 것이 뭐가 있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도 않네요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누구에게도 아쉬운 말은 않고 살았지요
그저 마음만 부자였고 남들은 별로 인정도 안하는
그런 자존심 부자였지만 정말 부끄럽지 않았어요
못할 것도 없었고, 못갈 곳도 없었지요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길을 잃었습니다
어른들의 세상에서 나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하고 길을 잃은 어리석은 아이가 되었네요
이전에는 별로 주눅들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이 어른의 세상에서는 어찌나 힘세고 중요한지
졸지에 점점 나는 밀려나고 주눅들어 슬퍼지네요
물려 받은 재산, 넓은 인맥, 빼어난 재능
일찍 쌓은 스펙, 남들에게 빠르게 맞추어 변하는 보호색
그런 소득으로 얻어지는 정보들, 돈 되는 선착순 티켓
별로 소용도 없고 소중하지도 않다고 보았던
내 어리석음이 비참한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아무 준비도 소유도 못한 벌거벗은 벌판의 아이로…

나에게는 오직 당신만이 남았네요
다행인가요? 아님 또 하나의 미련한 동아줄인가요?
치이고 밀려나고, 구차해지고 위태로운 속에
나는 점점 날카로워지고 삭막해져갑니다.
그나마 포근했던 여유와 유머도 메마르고
계산없이 다가가서 손내밀던 친근한 성품도 변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친구들처럼 텅 비어
외롭게 오직 당신 하나만 남았습니다
담밑에 비맞은 길고양이 하나에게 줄 미소도 없습니다
가뭄에 말라가는 꽃을 보아도 물 한그릇 못줄 정도로…

중환자실의 꺼져가는 생명에게 연결된 산소 호스처럼
당신만이, 오직 당신만이 나의 숨길이고 보급로입니다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오직 그 하나의 통로로
오고갑니다. 나를 살려줄 유일한 길입니다
과감하게 연명거부를 할 용기도 없고 그게 두렵습니다
다시 회복할 세상을 살아갈 체력과 면역력을 부탁합니다
다시 자상하고 느리고 차분한 표정도 회복하기를 원합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내 이웃과 가족이 아직 남았습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주세요

부탁합니다.
어른의 세상일지라도 어른으로 변하지 않고도 살 힘을,
결코 가난하지 않은 세상의 창조자인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