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도 40 - 맘씨 좋은 전당포 주인 아저씨?
사방이 온통 감당 안되는 것들 뿐이었다.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지만 혼자 몸일때는
그런대로 속에 담고 표시내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울적하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좀 낯선 거리로 가서
그냥 마냥 걷다보면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내가 왜 걷기 시작했지? 시작할 때의 이유도 감정도
다 잊고 얼른 방에 돌아가서 밥먹고 쉬고 싶어졌다
어쩌면 그렇게 나의 울적함이란 시시하고
별 대단하지도 않은 수준이라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때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이나 걱정으로
감당이 안되기도 했다. 일을 못하고 한 달이 넘어가고
마땅히 갈 직장이 나타나지도 않으면 월세가 밀렸다
그건 내 감정만 다스려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주인 할머니가 나타났고
대문을 열고 들어오다 삐이걱~ 소리가 나면
또 주인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내다보시며
‘이제 오나? 밥은 먹었나?’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돈 달라는 말을 안해도 압박이 되고 독촉같이 느껴졌다.
그런 문제는 뭔가 해결책을 빨리 찾아야 했다.
같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마당의 수도도 눈치보며
겹치는 시간을 피하고 밤 늦게나 이른 아침 사용해야했다
젊은 나이의 그 시대는 오랫동안 그런 상황이 계속되었다
자다가 새벽에 잠이라도 깨고 서늘한 방구석의 어둠을
누운 채 살펴보다보면 많은 것들이 감당 안되기도 했다
그래도 혼자 몸이니 어찌어찌 넘기다보면 신나는 날도 있고
좋아하는 음반이나 여행을 하고 오면 살 것 같았다
하지만 가정이라는 나의 왕국이 생기고 내가 왕이 되어
돌보아야할 백성이 있고부터는 좀 더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생존 대책, 자녀들 교육문제, 왕궁 수리, 보건 대책 등
한 두가지 문제가 아니었고 해결이 쉽지도 않았다
어느 때는 내가 부지런히 일하고 나 하나만 고단하게 참으면
순탄하게 흐르고 모두가 잘 지내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했다
하지만 쉴 새없는 파도처럼 몰려오는 잡다하거나 큰 문제는
종종 나를 깨어버린 잠을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만성 염려증이 생기고 그런 나를 파악한
나의 백성들은 나를 걱정맨, 사서하는 고생취미, 등으로 불렀다
기쁜 일이 생겨도 이어 닥칠 안좋을 일이 염려되었다
아직 무슨 일이 올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막연한 걱정이었다
슬픈 일도 그 자체보다 더 고장되게 슬프게 느껴졌다
마치 쌓인 서러움을 남의 초상집에 가서 통곡으로 푸는 사람처럼
사흘 운 년이 열흘을 못 울까? 하는 말이 늘 머리에 떠올랐다
열흘만에 끝나기만 해도 감지덕지겠다. 안끝나지 이놈의 인생은…
가장 부러운 사람은 늘 태평인 사람이었다.
어디든 머리만 기대면 코를 골 정도로 잠이 들고
내일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오늘 밥은 배터지게 먹는 사람
사상체질로는 태양인, 기질 분석으로는 장형 인간,
뭐 그런 타입의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난 소음인에 혈핵형도 소심내성적 A형, 나쁜 건 다 해당되었다
(나중에 알았다. 내가 미친 변덕쟁이로 불리는 AB형인걸)
더러는 타고나지 않아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믿음으로 산다는 화평한 얼굴의 기독교 신앙인, 장로 권사님!
나도 교회를 한참 다니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햇수가 쌓이면 자동으로 오는 평안이고 느긋함일줄…
그런데 아니었다. 머리속은 쌓이는데 가슴속은 비어 있었다
기쁨도 감당이 안되고
슬픔도 감당이 안되고
믿음도 감당이 안되고…
나는 안밖으로 난감한 왕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백성은 나를 바라보고 철썩같이 살아가고 있는데
십년 일년 뒤는 고사하고 내일 보장도 하기 힘든 왕인줄 모르고…
그래도 권위가 무너지면 자존심 상하고 수습이 안될테니
위엄과 큰소리는 계속 치면서 무슨 수를 찾아야 했다
왕국이 무너지면 백성만 망하는 게 아니라
왕궁터도 무너지고 지난 공든 탑도 무너지고 나도 망할테니
우야든지 하루 하루라도 끌고 나가야할 상황이었다
근심의 그늘과 돌덩이같은 걱정은 남모르게 속에 감추고
앞으로 전진! 오늘도 승리했다! 감사! 를 외쳐야했다
두바퀴 자전거는 멈추는 순간 뒤집어지고 무너지는 법이니
계속 속도를 유지하고 달려야 한다고 자신에게 다그치며…
하지만 그 한계가 다가왔다. 지치는게 물리학 자연계 법칙!
그래서 백성들 모르게 혼자 궁에서 빠져나와 그 분을 찾았다
이러다가는 내 목숨뿐 아니라 내 사랑 백성들까지 망할테니
부디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좀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왕의 자격도 체면도 다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내 목숨도 내놓았다
이거 담보로 잡으시고… 우리 작은 왕국을 좀 살려주소서!
내 목숨이 값어치가 있을까? 속으로 셈을 따지며 조바심 내는데
그 분이 말했다. 아주 짧고 확실하게!
‘오케이! 내가 이 담보를 받고 책임지도록 하지!’
그렇게 전당포 아저씨 하나님은 흔쾌히 거래를 선포했다.
친절하고 자비하신 전당포 아저씨는 내 목숨값을 비싸게 쳤다
하긴, 그게 누가 준건지 그 분은 아시니 그럴만 했다.
우주보다 비싸고 천사 몇을 합쳐도 안바꿀 목숨이니!
어둡고 긴 터널을 마치고 편하게 잘 수 있는 복을 받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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