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작은 기도

그저 기도 37 - 스토킹 당해도 감사할 수 있나요?

희망으로 2022. 7. 20. 23:18

‘스토킹을 당해도 감사할 수 있나요?’

혹시… 스토킹을 당해 보신 적 있나요?
내가 어디를 가든지 따라 다니며 지켜보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낮에만이 아니라 밤을 꼬박 새도록 그러고
휴일이고 공휴일이고 가리지 않는다면요?
심지어 명절도 에누리없이 거르지않고 지켜본다면
아마도 상대가 나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도
지겹고 무섭고 끔찍할겁니다

우주 망원경보다 더 좋은 성능의 자세한 렌즈로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전부 알고 있고
초정밀 도청기로 아주 작은 소리로 하는 말과
뒤돌아서서 중얼거리는 말도 놓치지 않고
심지어 속으로 하는 말도 다 안다면 어떨까요?
마치 24시간 카메라로 찍고 있는
유리방에 갇혀서 사는 기분일겁니다
숨쉬는 것까지 숨길 수 없는 느낌이고요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과 불손한 태도와
훔쳐서라도 가지고 싶은 욕심과 수시로 솟는 음욕과
상처주는 나쁜 말에는  ‘그러면 안돼!’라고 합니다
그냥 직접 한 번 들리는 소리로 오는 말이라면
슬쩍 귀막고 흘려버리면 넘어가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들리지도 않는 말이 종일 내내
속에서 속삭이고 샘물처럼 솟아나며 따라다닌다면
어떻게 외면하고 피할 수 있겠어요. 거 참…

‘나 좀 냅두면 안되요? 숨막혀 못살겠어요!’
이딴 말은 애시당초 들은 척도 않고
일분 일초도 눈감아주고 쉬는 법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게 하루 이틀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스토킹을 당한다는 걸 안 후에는 물론이고
내가 알기도 전인 태어난 날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내가 죽을 때까지도 계속 한다는 겁니다
‘세상에… 지독합니다. 잘못 걸린 걸까요?’

그런데 정말 난감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 지독한 스토킹을 당하는데도
딱히 고발하거나 비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스토킹하면서 힘으로 강제로 제지하는 법이 없고
무엇을 하든지 지켜만 보지 고발도 안한다는 겁니다
그저 쉴 새없이 이런저런 글과 사건들 사람을 통해서
마음을 불편하게 찌르고 무겁게 합니다
더 애매한 것은 때때로 감시자와 동행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기도 하니 구분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어려움에 빠져 두려울 때는 나를 스토킹 중인 그 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고 맘이 놓이니
유익인지 불익인지 참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더 나가 가끔은 지나고나서 다행이다 싶은 때도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캄캄한 밤에 아무도 모르게 한 말도 행동도
공기속의 투명한 시시티비처럼 다 기록하는 스토커입니다
입 다물고 시침떼고 속으로만 한 비난과 원망도 다 저장합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이 무시무시한 스토킹이 때로는
범죄의 유혹과 욕망을 스스로 그만두게하는 억제기능을 합니다
그러니 무사히 지나고 나면 때론 고맙기조차 합니다

이 애매하고 애증의 대상이신 스토커는 나를 향해 늘 말합니다
‘너를 사랑한단다! 니가 알아주거나  몰라줄 때도 변함없이!’
믿음생활 시작한지 40년 지나도 아직도 안 익숙한 이 스토킹
감사인지 불평인지 고백못하는 왔다갔다하는 스토킹이지만
날이 갈수록 조금씩 아주 천천히 한쪽으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
비록 불편한 스토킹을 당하며 살지만… 감사하다는 쪽으로!
안식일에는 조금 더 편하게 감사의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