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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34 - 함께 힘이 나는 말

희망으로 2022. 7. 17. 23:25

그저 기도 34 - ‘함께 힘이 나는 말’

‘목사는 두가지 직업을 가지면 안됩니다! 오직 성직만 충실히 해야합니다!’
목사의 이중직을 반대하시는 목사님의 주장입니다.

‘신문배달을 해! 우유도 배달하고! 미자립교회는 없어, 미자립 목사만 있을뿐이야!‘
목사도 돈을 벌어 자립해야한다며 아들 목사에게 한 말입니다.

한국 개신교에 인지도가 높은 두 목사님이 내용으로는 이렇게 다른 의견을 내고 대립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깊은 의미에서 두 의견이 모두 교회와 교인을 깊이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온 같은 뜻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 두가지 방법과 다른 주장을 말 그대로 앞세워 다툽니다. 내가 좋아하고 친한 분들도 서로 의견이 달라서 거의 감정 싸움까지 치달립니다. 나는 양쪽의 주장을 들으며 난처해집니다. 서로 내 말이 맞지? 하고 동의를 구하는데 난 어떻게 해야할까요? 또 다른 세번째 주장을 내놓거나, 둘 다 가진 단점을 지적하며 배격하거나 둘 다 가진 장점이 있다고 했다가는 양쪽에서 돌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양비론이나 회색분자의 아부라고 퇴짜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세상 살기 참 어렵습니다… 다 아는 분들이고 서로 친한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종교 문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 화제가 아닌 다른 상황에서 나는 또 다른 난감함을 경험합니다. 나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를 보면서 쉽게 먼저 나오는 말이 이렇습니다.

’내 말 좀 들어봐!‘
’내 말이 맞다니까!‘
’나 너무 화가 나! 지가 뭘 잘 났다고‘
‘나 이거 꼭 성공해야 하는데…’
‘나 힘들어’

모두 자기 형편, 자기 감정, 자기 주장을 쏟아놓기 바쁩니다. 듣는 상대가 어떤 처지에 있고 지금 감정은 어떤 상태인지는 아예 염두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먼저 만난 사람이 나중에 만날 사람을 흉보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자기 주장만 한다며 씩씩거립니다. 다음 만난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먼저 만났던 사람을 디스합니다. 적당히 들어주고 맞장구 해주지 않으면 나까지 적이라고 삐져서 더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심하게 반응하거나 외면도 쉽지 않습니다. 알아서 잘 수습해야 인간관계가 계속 선의적으로 유지됩니다. 안보고 살 수 없는 가족이거나 직장 교회 구성원일 경우 그렇게 되면 난처해집니다. 세상 참 어렵습니다.

’잘 지내지? 아픈데 없지?‘
’혹시 내가 도와줄 일은 없어?’
‘얼굴이 어두워보이네? 무슨 일 있어?’
‘이거 나 별로 안 필요한데 혹시 쓸 일 있으면 가져!’
‘오늘 날씨 참 좋지? 행복해지네~’

이런 말 이런 마음씀씀이로 나에게 와주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아주 작아서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이렇게 상대를 위해 먼저 안부를 묻고 평안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내곁에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님, 알지요? 나 이번에는 이거 꼭 들어줘야해요!’
‘누구 누구가 미워 죽겠어요! 좀 치워주던지 싹 바꾸어주세요! 제발!’
‘나 필요한거 이거 이거 좀 주세요!’
‘내 딸 시험보는데 한번에 합격 꼭 시켜주세요!
내 아들은 이번에 승진되야 합니다. 해주실거지요?
그래야 남들이 예수믿고 복받더라 할거니까요! 알았지요?’

하나님께 내미는 주문목록이 갈수록 줄어드는게 아니라 날이 갈수록 늘어납니다. 오래된 신앙연륜일수록 더 많아지고 더 구체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치 맡겨 놓은거 찾으러 온 사람처럼 당당합니다! 초신자는 오히려 겸손하고 미안하고 죄인같아서 움추려드는 경우가 많은 모습에 비하면 그런 단계 다 지났다! 하듯 습관이 되었습니다. 누가 그러냐고요? 내가요…ㅠ

기도라고 입만 열면 쌓인 주문서가 쏟아집니다. 안그래야지 가끔 반성하고 생각하여도 막상 닥치면 바로 나옵니다. 몸이 아프거나 뭐가 필요하면. 또 자녀들이 뭔가 중요한 일을 앞두면 안하기가 더 힘듭니다. 마법의 램프대신 두손 모아 비비고 말로 하는 주문을 외웁니다…

어떻게 하면 세상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이 나는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요? 상대의 안부와 필요를 먼저 살펴보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어떤 주장이든지 같이 동의를 하거나 혹 다를지라도 의도까지 의심하지 않는 기쁜 마음이 되는 관계로 지낼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님과도 주고 받는 대화와 기도가 서로 힘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위한 주문서만 늘어 놓는 사이는 끝이 안좋을겁니다. 아무리 내 소원이 많이 이루어져도 안 이루어지는 것들이 남을 거니까요. 그걸로 내가 실망하면 들어주다 주다 지친 하나님도 답이 안나올겁니다. 밑빠진 독을 채우는 건 사람이나 하나님이나 피차 비슷하니까요. 그 사례를 40년동안 광야를 지나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때려치우는 시간 차이만 날뿐…

종종 피곤해지면 입을 다물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나 하나님에게나… 그러나 침묵이 가끔은 해결책이 되기도하지만 임시 방편일뿐입니다. 사람도 하나님도 내가 계속 침묵하면 마침내는 내게 등을 돌리고 절교를 할테니…

모두에게 힘이 나는 말과 마음을 주시기를 빌면서 지혜를 구합니다. 또 반성을 자주 하면서도 바라는대로 변화하지 못하는 나를 확인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하나님께로 무릎걸음으로 더 다가가야 하는지 모릅니다. 말하고 안지키고, 말대로 못사는 나를 알기에 나를 기다려주실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가 계속 필요하니까요… 병든자에게 의사가 필요한 이유와 같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하나님의 자비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