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도 32 - 어디에 핀들 꽃이 아닐까만…
사람들중에 자기가 태어난 시대, 태어난 장소, 태어난 가정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막상 세상에 와보니 전쟁중인 시대도 있고 사막이나 밀림속 어디일수도 있다.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은 가정일 수도 있지. 평화로운 시대에 선진국의 너그러운 부모에게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어쩌랴.
아무리 잘생기고 뛰어난 머리와 재능을 가져도 저 인적없는 고비 사막의 어느 마부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정말 아깝기만 하지 빛을 못볼 확률이 훨씬 높다. 차라리 무능하고 못생겨도 안전한 부자집에 태어나는 경우가 훨씬 잘 될 가능성이 많을거다. 물론 전쟁통에 난민 텐트에서 나지만 않아도 어디일까만. 이 말은 꼭 성공이 자기가 잘나서 되었다는 오만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내 목숨 내 인생도 그렇게 출발은 나의 의지나 희망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는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될까? 장소와 형편이 계획대로 마칠 수 있을까? 그거라도 되어야 적어도 내 인생의 절반은 내것! 이라고 할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런 경우도 별로 많지 않다. 도대체 나의 생명 나의 인생은 누구 것일까? 내맘대로 안된다면…
사람만이 그런 게 아닌가보다. 꽃씨는 바람이 부는데로 날아다니다 바람이 멈추면 그곳이 어디든 내려앉는다. 다행히 물과 흙이 있으면 살아남고 아니면 그저 말라 죽어가야 한다. 민들레는 특히나 그런 꽃중의 하나다. 바람이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권 없는 생명!
그러나 민들레는 돌틈이나 콘크리트 담벼락 주차장의 바닥 틈새 어디든 낙하한 곳에서 질기게 살아남아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려 마침내 꽃을 피운다. 그리고 자기가 살아온 떠도는 운명을 그대로 물려준다. 또 다른 후손 민들레 홀씨에게…
사나운 출생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자꾸만 민들레 꽃이 생각난다. 어디 핀들 꽃이 아니냐! 하며 자신의 노란꽃 하얀꽃을 피우고 마침내 또 어딘가로 날아가 태어날 후손들을 바람에 실어보내듯 자녀들을 키워낸다. 끈질기고 눈물겹게 형편을 극복하며 퍼져가는 아름답고 뜨거운 생명이다.
조금만 추위가 닥치거나 먼지 쏟아지는 열악한 환경, 또는 조금만 가뭄이 길어지거나 거친 바람이 불면 죽어버리는 온실 화초따위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생존의 위대함이다. 사람이든 민들레든 그 징한 역경극복의 모습 앞에서는 작은 존재지만 경건해지기도 한다.
살다보면 좀 억울한 급류에 휩쓸렸다는 기분이 들때가 있다. 보통의 경우보다 길게 가는 고생의 날이면 그렇다. ‘이랬더라면…’ 혹은 ‘행운이 조금만 따랐더라면…’ 하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출생의 가정법을 펴본다. 전혀 쓸모가 없는 소원과 원망이 범벅된 상상들로.
들의 백합화를 보라! 공중나는 작은 새들을 보라! 다 먹이고 입히고 지켜 보호하지 않냐는 하나님의 보증서 같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좌절한다. 그런 원망의 쳇바퀴를 반복해서 올라타는 심지가 약한 내 모습이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다. 좀 우직하면 좋을텐데… 조금만 더 믿고 느긋할 수 있으면 더 행복하게 살텐데… 그속에서도 감사를 찾아낸다면 기뻐하고 미소를 지을수 있을텐데!
‘폭염속 건축현장의 땀흘리는 노동자들
그 위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높은 빌딩 화려한 사장실 회장실
그 위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다르지 않듯
참혹한 전쟁터 불타는 지옥과
아우슈비츠 가스실 비명들 그 위 하늘의 하나님과
평화로운 성당 고요한 수도원 정원이나
묵직한 법복입은 재판관들이 앉은 법정
그 위 하늘의 하나님이 다르지 않습니다
태어난 곳이 어디거나
사는 처지가 어떠하거나
배운 정도가 어디든지
잘난 재능이 차이가 나든지
상관없이 같은 무게로 생명을 귀하게 여기시고
차이를 두지 않고 사랑하시는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도 다 똑같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차별하고 무시하며
혹 괴롭히고 상처를 주고 심지어 죽일지라도
우리의 아버지는 동일하시며 어제와 오늘이 같으시니
다만 천만다행이라 안심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희망이 여기 있사오니 부디 변치마시고
동시에 우리도 변하지 않게 잡아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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