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많다!’
예전에 누군가 묻는 말에 아내가 그랬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과 결혼할건가요?”
그 말에 이렇게…
“난 정말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그 때는 한편 서운했다.
나와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산 인생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로 들렸기에.
새벽1시반에 가스경보기가 또 울렸다
열흘이 멀다하고 가스누출 경보기가 밤낮없이 울린다
한밤중에 듣는 그 경보기 소리는 정말 놀라고 기분 나쁘다
오작동… 관리사무실로 전화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걸 설치한 곳에서만 수리나 교체가 되기때문에
자기들은 손댈수 없다며 그때가 주말이라 그냥 넘어가야했다
다시 하루나 이틀쯤 지나면 정상 가동이 된다
그동안 가스불을 못쓰고 전자레인지나 포트로 때운다
나의 귀찮음도 한몫 했지만…
눈이 점점 침침하고 약하게 아픈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번 심하게 핏줄이 터진 이후 결막염 약을 넣고 좀 나아졌지만
아마도 무언가 다른 원인이 진행중인가보다
티비의 자막 글씨가 어지럽고 식별이 잘 안된다
예전 진단받은 황반변성이 꽤 진행되어서 그런걸까?
이제 더는 불안해서 안과를 가기로 작정했다
어차피 맞을 매를 미룬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면 치료를 받아야겠다
“전에 당신이 다시 태어나기 싫다고 했잖아
너무 아프고 힘들었던 생활이 싫다며…
그때는 좀 서운했는데 요즘 점점 그말이 실감이 나!
나이가 들수록 싫은 거 약한 거 두려운 거만 늘어나니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지 않아져…ㅠ
나이가 다시 젊어지는 것도 싫고!”
아내가 이제 아는거냐 하듯 빙긋 웃는다.
“지금 속으로 나 흉보는거지?
그걸 몰랐냐거나 이 인간이 아침부터 왜 이래? 그러며”
입이 더 안도와회탈처럼 꼬리가 길어지며 웃는다
소리만 안 내지 거의 폭소 직전으로 보인다
“휴, 다시 태어나는건 고사하고…
단 한번도 많다! 이 세상 인생을 살아낸다는건 ㅠㅠ”
꾸역꾸역 아침밥을 먹고 작은 산길로 나선다
기막힐 무슨 답이 있을까만 이 무거운 기분을 털어내고
안과도 들르고 가스경보기회사랑 씨름도 해야하고
그럴 준비를 하려면…
그래야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낼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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