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괴로움은 내 속에 두 세계가 있어서…’
아내가 죽을지 살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 달려간 기도원
강원도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눈이 허리까지 쌓이는 곳이었다
날마다 집회가 열리는 성전에서는 통곡과 아우성 눈물이 쏟아졌다
온갖 사연들과 막다른 절박감을 안고 전국에서 달려온 사람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몇시간씩이나 목이 쉬도록 기도를 했다
그러고도 집회 후 산 중턱 곳곳에 마련된 기도움막으로 갔다
일반교회의 예배 분위기나 신앙열정은 비교도 안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회개와 각오와 감사가 철철 넘치던 시간이 지나고
모두 모여 밥을 먹는 시간이면 식당은 조금 다른 모습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줄도 양보하는 사람도 있지만 맛있는 반찬을 욕심내어
더 가져다 먹고 심지어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며칠, 열흘 한달이 지나도록 머무는 사람도 있는데 무리를 지어
끼리끼리 더 친한 사람 흉을 보는 사람으로 나뉘어지기도 했다
사람이 모이면 어디도 생기는 풍경, 현상이 예외가 없다.
먼저 자리 잡아놓았는데 가로챘다고 집회 전에 다툼도 생겼다.
전세계에 주목을 받은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화제다
그 안에 잠시 나온 여자 아이, 또래의 탈북여자친구에게
승리를 양보하고 대신 죽어간 그 아이의 고백이 오래 맘에 걸렸다
엄마를 죽이고 딸인 자기에게 몹쓸짓을 한 아빠를 죽인 아이
그 아빠는 목사였다. 극중에 나온 또 다른 목사는 줄곳 기도하면서도
게임중에는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먼저 쳐죽이자고 선동한다
극중에만 나오는 우스꽝스런 설정일까? 그렇지 않다
현실의 뉴스도 드라마 못지 않다. 수시로 들리고 목격되는 일들…
두 얼굴을 가진 듯 보이는 그 목사만 그럴까? 나는??
주일예배를 마치고 거룩하게 성전을 나오다 주차장에서 싸우는
기가 막힌 반전을 더러 보았다. 패를 지어 흉을 보는 무리도 있고…
내속의 욕망들을 거울보듯 볼 때면 나는 절망감을 느낀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비싼 음식만 보면 마구 먹고싶은 식탐 욕망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정도를 넘어선 칭송받고 우월하고픈 명예욕
쉴 틈도 없이 자극만 받으면 스치는 성적욕망 충동적 몸의 욕구들
가져도 가져도 다다익선으로 꿈꾸는 재산에 대한 부자 욕망
그러는 중에도 한여름의 물 한모금처럼 갈증을 느끼는 바람이 있다
성결하고 흰옷처럼 오염없는 감정 생각 본능 등 잔잔하기를…
새벽의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성품을 바라는 소원도 있다
양보하고 나누고 남의 아픔을 내 마음처럼 느끼고 감싸는 사람되기를,
이 모든 바람이 이중위선과 거짓에서 나오는 기도가 아닐 때가 있다.
도무지 이루어지기 힘든 내 안의 탁한 그릇을 알면서도 바랄 때가…
왜 하나님은 우리 속에 이 두 가지를 다 몰아 넣었을까?
함께 살기에는 어울리지도 않고 서로 비극인 본성을…
이 괴로운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삶을 유지하는 방법은 뭘까?
둘을 다 인정하고 안고 사는 균형??
성결함을 향한 기대를 포기??
끈적거리고 꿈틀거리는 몸의 본능을 없는 척 외면?
무엇이 우리가 사람으로 사람답게, 신앙인의 명함을 가지고
수치도 아니고 위선도 아닌 솔직한 사람으로 살게 해줄까?
광야를 뺑뺑이 돈 이스라엘백성은 끝내 가나안 땅을 들어가지 못했다
노예생활로 고단할 때는 탈출과 해방을 절절히 기도했고
드디어 탈출한 후 닥치는 위기나 고난앞에서는 나온 것을 후회했다
원망하기조차 했다. 차라리 노예로 죽게 내버려두지 그랬다고…
배고픔을 호소해 만나를 먹게 해주니 고기를 못 먹는다고 불평했다
메추라기를 주니 더 끌어 모아 쌓겠다고하다가 썩은 내가 진동했다
일생을 불안과 불평을 놓지못하고 원망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형편을 좋게 해줘도 그 나아진 자리에서 또 불평거리를 찾는다
제대로 된 사람은 상황이 나빠져도 나빠진 자리에서 감사 이유를 찾는다
우리 모두는 안과 밖에, 육과 영에 두 얼굴을 다 가지고 있다
병원을 나와 바뀐 일상에 적응하려 애쓰다 나를 돌아 본다
무엇이 어떻게 변해도 내가 흔들리면 늘 그 자리가 지옥이 된다는걸.
내게서 멀어지지 않는 불행과 모자람 두려움은 정말 객관적일까?
두 세계가 내 한몸안에 진을 친 이 상태에서 내게 평화가 가능할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건너지 못할 강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사는 한
내게는 늘 메마름과 아픔과 후회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나 자신이 못나고 때로는 과하게 포장을 해서 거짓되고
때로는 그런 내가 싫어 눈물로 나를 다듬어주기를 호소하고
때로는 여전히 질퍽거리는 욕망에 휩쓸려 고단해진 내가 밉고…
‘불행과 두려움은 이 자리에 있지 않다
이 자리에 머무는 내 속에 욕망과 선함이 둘 다 있고
그 속에 평안과 불안 둘 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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