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0월1일입니다
9월30일인 어제와 단지 하루 차이지만
가을 속으로 한걸음 성큼 더 들어간 날씨가
서늘하다는 엄살 기분을 부릅니다
“와! 안개가 장난 아니네~
여보! 오늘은 운전 하지 마!”
물론... 아내는 운전은 고사하고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지도 못하는 환자입니다.
병원을 퇴원하고 집으로 온 지가 벌써 열흘이 넘었네요
아내는 여전합니다
먹고, 씻고, 싸고, 자고...
다음날도 먹고, 씻고, 싸고, 자고
그 다음날도 먹고, 씻고, 싸고,자고....
아마 오래 그렇게 살 겁니다.
저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더 손이 움직일 뿐입니다.
아내가 하는 것을 다 하면서 추가로
먹을걸 준비하고,
아내를 씻기고,
배변 소변을 처리하고,
잠자리를 챙겨주며 곁을 지킵니다.
무언가를 생산하거나
누구를 돕거나
사회를 이롭게 하는
소위 유익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정말 무익한 듯 보이는 벌레처럼 삽니다.
그건 저도 덩달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아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했고
책임진다는 그 이유 하나를 빼면
마찬가지로 별 살아야 할 이유가 안보입니다.
하나님은 이해가 좀 안됩니다.
세상에 쓸모가 별로 없거나 도움 안되면
얼른 데려가고 치우고 그 자리를
날고 뛰는 유익한 생명으로 채우셔야 하는데
게으르고 방치하시는 직무 유기 중 입니다.
제가 모르는 이유가 혹시 있을지 모르지만
도통 이렇다 저렇다 말씀을 안 해 주시니...
멀리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사시는
제게는 너무 존경스런 선교사 아우님이 있습니다
좀 뭐라도 거들어주고 보태야 하는데
오히려 달마다 꼬박 얼마를 제게 보내옵니다
정말 미안하고... 염치없고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
언제라도 무슨 이유를 막론하고 중단해도 된다고
계속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말 뿐입니다 BB
그런데 그 아우 목사님이 답을 보내왔습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라고...
안개가 많이 세상을 가려 부끄러운 얼굴을 감춥니다
안개 때문에 그저 해보는 상념들입니다
순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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