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내가 뭘 알겠어? 그래도…

희망으로 2021. 8. 29. 09:13

 

<내가 뭘 알겠어? …그래도!>

 

우리 병상 건너편 침대에는 

90 좀 넘은 할머니가 계신다

코로나때문에 아들 딸도 못 와서 힘들어 하신다

치매 초기가 와서 설명해도 기억이 오래 안간다

 

‘자식이 많으면 뭘해…

요즘은 80만 넘으면 이런 곳에 다 보내고 안와’

‘오래 살지 말아야 하는데…’

 

자주 서운한 말씀을 하시고 슬픈 표정을 짖는다

간병인은 그때마다 다그치듯 말한다

‘그런 슬픈생각 하지말고 좋은 생각을 해야지!’라고…

 

난 들으면서 속으로 삿대질을 했다

‘니가 늙어봐라! 니가 슬퍼봐라! 

생각 안하고 싶다고 슬프지않아지나…

그럼 세상에 우울증 걸리고 슬플 사람 한명없겠다!’

 

슬픈 생각, 외로움, 서운함, 두려움

그거 저절로 몰려 온다.

코끼리 생각하지마! 하면 종일 코끼리가 어슬렁거리듯

나이들고 몸 아프면 파도처럼 끝도없이 몰려온다

안좋은 기분 안좋은 감정 우울한 생각들이…

 

그럼, 우울한 기분에 빠져드는 사람에게

도대체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깊이 생각해보면 해줄 말이 없다. 

내가 십여년이 넘도록 아픈 아내의 곁에서 겪은 경험은

온갖 말을 다 해보았지만 별 쓸모없는 말들이었다.

그 당시, 그 순간에는 그랬다.

조금 회복되고 조금 나아지면 모든 말이 도움되지만

수렁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그 순간에는 그랬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늘 속삭이면서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못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나미의 빙글빙글 노랫말이 딱 맞다

그저 곁에서 손만 잡고 있지

그저 들어주고 그저 바라봐주고

그저 울면 휴지나 집어 주고

그저… 곁에 누군가 있다는 안심역할?

 

참 재미없고 별 신통찮은 배역이지만

그 하나 없는 사람들은 끝내 몸을 던진다

죽음이라는 밀실 독방 절망의 세상으로…

그러니 뭐 대단한 말 못해줘도 된다

머리 아프게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같이 살아준다는 더 큰 사명 하나면 된다

주님이 하신 것처럼 서로의 연약한 일상을 함께…

 

https://youtu.be/TO3CmEtmg2w

 

'이것저것 끄적 > 길을 가는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 내 덕분인줄 알아!  (0) 2021.08.29
바람이 분다! 사랑해야겠다  (0) 2021.08.29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0) 2021.08.29
내 니맘 다 안다  (0) 2021.08.29
별이 빛나는 것은  (0) 202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