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다 내 덕분인줄 알아!

희망으로 2021. 8. 29. 09:16

<다 내 덕분인줄 알아!>

 

“으으으윽! 이씨 김씨 박씨~”

 

퍽!퍽! 아내를 마구 쥐어박았습니다

어떤 날은 머리를 쥐어 뜯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목을 감아 헤드락 자세로 괴롭히기도 합니다

다리를 꺾어 엑스자로 누르기도 합니다

아야! 가끔은 아내가 짧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느닷없이 당하는 봉변에 눈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봅니다

 

뭐하는거냐구요?

그냥 짜증나고 화나는 일 있을 때 분풀이를 하는거지요

아주 아주 싫고 스트레스 주는 사람이 셋이나 있어요

한명은 때도 시도 없이 날마다 캬악! 퇫! 

세면장에서 십여분 가까이 가래침을 뱉으며 

양치질을 정말 역겹게 해댑니다

나이도 어린 아가씨가 도무지 남 눈치도 안보며…

머리를 다쳐서 그런다 속으로 이해해주려해도 너무 심합니다

또 한사람은 온갖 요상한 옷차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하고

종종 얼굴 수분마스크 같은거나 허연 로션을 잔뜩 바른채

빈 침대에서 딩굴딩굴거리거나 가끔은 속옷 가까운 차림에

병실과 복도를 거리낌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난 민망하고 눈을 돌리다가 스트레스가  터집니다.

전혀 남 배려안하는 생각없는 말을 낄낄거리며 던지곤 합니다

내 스타일이 아닌 정도를 넘어 혐오감을 너무 일으킵니다

아… 또 한사람은 아주 오랜 미움덩어리입니다

걸핏하면 사람들을 훈계질하고 동네반장처럼 잔소리합니다

화장실을 깨끗하 쓰네 안쓰네 냄새나고 더럽네 어쩌고….

아, 정말 두 번이나 나를 따라다니며 스토커처럼 시비를 걸어

한 번은 크게 싸워버린 적도 있습니다. 내게 악연인 사람 ㅠ

 

그럴 때마다 난 죄없는 아내에게 풉니다

아아악! 못살아! 그러며 몸과 마음의 짜증을 풀어냅니다

휴! 이제 좀 살겠네! 그러고 설명을 빙자한 말로 풀기를 

보너스처럼 또 투덜거리며 쏟아냅니다. 아내에게.

 

“당신은 틀림없이 천국갈거야! 내 덕분인지 알아라!”

내가 이렇게 괴롭히는걸 억울하게 당하고 받아주는데

그 보상으로 천국 들어갈 겁니다. 

이 모진 핍박과 희생을 참고도 천국을 못가면… 

더 심하게 해줘야지요. 그래도 안받아주갰어요? ㅎㅎ

 

고맙지요. 정말 많이 고맙지요

아내는 천성이 참 착한 사람입니다.

내가 설명하면 맞고 시달리고도 화를 안냅니다

그렇게 풀고 사는 덕분에 어쩌면 이 긴 생활을 견딥니다

고두심씨가 어느 드라마에서 그랬다지요?

‘살면 살아지지요’ 라고. 맞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냥 살아지는 법은 없습니다. 

누군가 대가를 치르지요.

아내 덕분에 그 경험을 하고서 알았습니다

딸아이가 간혹 힘들어 그렇게 내게 쏟아낼 때

조금은 이해하고 억울하지만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 이런 심정이구나. 나도 그랬지… 그러면서요.

 

길에서 ‘힘든 분 외로운 분 안아드립니다!’ 라는 

피켓들고 허그 퍼포먼스하시는 분을 봅니다

아마 그런 유익한 효과를 아시는 분들이 하는거겠지요?

날을 정해서, 아님 횟수를 정해 

우리도 가족이나 주변 분들에게 이 기회를 드립시다

분풀이를 당해주거나 안아주는 것으로!

그 대가는 천국 들어가는 보상을 받는 것으로!

 

프리허그의 달인! 프리허그의 대장!

위로와 포옹을 넘어 생명까지 주시며

최정상 본을 보여주신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