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나도 감당을 못하면서 누구더러...

희망으로 2021. 7. 26. 11:10

<나도 감당을 못하면서 누구더러…>

 

“…머리숱이 많이 없네?ㅠㅠ”

“심해?”

“이렇게 허옇게 속살이 다 보이는 줄은 몰랐어 ㅠ”

 

코로나 이후 병원에 갇혀 문밖을 못 나오고 산다

그나마 석달에 한 번 아내의 국립암센터 검사와 진료

그리고 항암주사를 맞으러 나오는 시간이 유일하다

그래서 나도 머리를 석달에 한 번 깎는다.

급하게 후다닥! 남성컷트집에 들러서.

 

그런데… 내 정수리에 이렇게 머리가 가 빠지고

허연 민둥산같이 드러나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거울을 보라도 보이지 않는 윗쪽, 나도 볼 기회가 없었으니…

‘왜 안그럴까…십삼년 병원 간병살이에 온몸이 다 망가지는데

머리만 멀쩡할리가 없지 ㅠ’

 

 

 

밤이 되어도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또 다시 몰려오는 온갖 슬픈 마음과 불안, 상상들

근심은 뼈를 말린다는데 숨이 먼저 멈출지도 모른다

할 수 없어서 이전에 남은 정신과 약을 찾아서 먹었다

밤새 뒤척이고 다음날 낮에 움직일 때 그 무거운 몸이 지겹다

 

한 사람이 생각났다

아내와 같은 병을 진단받고 거의 침몰한 아주머니

당시 간병기를 쓴 책이 서점에 나가고 방송도 한 뒤라

출판사에 연락처를 알아서 전화를 해왔다

알고보니 같은 희귀난치병 환우회 회원이기도 했다

쉴새없이, 그야말로 날마다 물어왔다.

질병에 관한 것은 기본이고 우울한 마음 불안은 어찌버티는지

그분도 신앙인인데 도무지 기도가 되지않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처음에는 정말 이심전심 아는 상식과 내가 견디는 방법을

위로의 마음으로 늘 응대했다.

그러나… 그 분의 심리상태는 정말 끝이 없는 늪 같았다

겨우 해봐야지! 하고 전화를 끊고 난 후 다음날이면 또 제자리

‘잘 안되요 ㅠㅠ 잠을 못자고 밤을 새웠어요 ㅠ’

이러기 일쑤였다.

아… 딱하면서도 막막하고 나중에는 나도 지치고 화가 났다

말을 대놓고 할 수는 없는데 그래도 견디며 살아야지요

겨우 그 말만 반복했다.

내가 누구를 수용할 여유가 없기도 하고 나도 폭탄인데

나보다 센 절망과 근심을 가지는 분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나는 약하고 지반이 금이 간 불안한 땅이었다

결국… 서서이 멀어져 연락이 끊겼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게 기대가 없어졌던 것 같다

위로나 희망이 되지 못하는 사람으로 판단을 한 것 같다

아무렴 나도 나를 건져내지 못하는데 누구를 건져 ㅠ

그런 사람 찾으면 내게도 좀 알려주시면 좋겠다

그 분은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씩 궁금하다

 

 

 

문득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생각이 몰려왔다.

아내가 심해지는 경우, 떠나고 나만 남은 경우

온갖 나를 슬픈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두려움이 

불꺼진 방에 홀로 밤을 보내는 느낌으로 옥죄인다

난 못살아… 그런데 누가 내 이 괴로움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곁에 머물러줄수 있을까? 에 미치면

더 좌절감에 빠진다.

아이들도 자기 일상이 있고 어떤 친구도 신앙의 교우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안다.

그때 그 여자분도 나는 결국 손들면서 권했다

주위에 좋은 교회를 찾아 기도부탁과 상담도 해보시면

많이 도움이 되고 극복하는 방법도 찾지 않겠냐고.

정말 가능할까? 아무리 목회자고 신심이 깊은 성도라도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도 감당못하는 질긴 슬픔과 좌절을

과연 지치지 않고 끝까지 품어주며 유지해줄 수 있을까?

염치없는 한가지는 그때 난 못해주고 밀어냈는데

내 고통은 누가 안아달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걸까?

그렇게 해주겠다는 사람이 있기는 있고? …ㅠㅠ

 

사람이 없으면… 하늘을 봐야지

모든 것이 부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진행이 되어

무사히 생을 마치고 긴 평안을 주실 하늘나라를 향해

잠잠히 인내심으로 기다릴 수밖에!

 

“하나님, 어느 날입니까?

오늘이 아니면 내일입니까?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까요?

그날까지 잘 기다릴 수 있도록 

지금은 평안의 은총을 주소서!

아멘!”

 

202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