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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과 죽음, 그래도 받고 싶은 선물

희망으로 2021. 7. 25. 18:37

 

<성탄절과 죽음, 그래도 받고 싶은 선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란 책내용중에서 이런 문구가 있다

 

2세 때는 똥오줌을 가리는 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이가 나는 게 자랑거리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

18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20세 때는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35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

 

그 다음이 50세 인데

재밌는 건 이 때부터는  자랑거리가 거꾸로 된다는 것이다

 

50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

60세 때는 섹스를 하는 게 자랑거리

70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 할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75세 때는친구들이 남아있다는 게 자랑거리

80세 때는 이가 남아 있다는 게 자랑거리

85세 때는 똥오줌을 가릴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결국 인생이란 

너 나 할 것 없이  똥오줌을 가리는 것 배워서  자랑스러워 하다가 

사는 날 동안 똥오줌 내 손으로 가리는걸로 마감한다는것..

설마 사람의 일생이 똥오줌 가리는 걸 잘하기 위해 왔다가는 것은 아닐거다.

그럼에도 점점 늘어나다가 점점 상실하고 약해지는 인생의 과정을 피할수 없다는 말일게다

 

오늘 아침 kbs ‘아침마당’에 임종전문가 교수님이 나오셨다.

신학대학인 백석대에서 사회복지학도 가르치는 교수님.

웰다잉, 잘 죽는 중요성에 대해 강의를 하시면서

‘지금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 손들어보세요’

라고 물었는데... 한 사람이 지체없이 손을 들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잠깐 얼굴에 당황스러운 표정이 스쳐갔다.

그럴수밖에... 보통은 이 질문을 던지면 거의 손을 안드는 경우가 많다.

말로는 ‘얼른 죽어야지!’ 를 입에 달고 사시는 어르신들도 그런다.

3대 거짓말, 시집안간다는 노처녀와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에

얼른 죽어야지 하면서 어디만 아프면 약부터 찾고 걱정하는 노인이 들어간다.

그런데... 그 손 든분이 성우 배한성씨였다.

바로 직전 자신의 지난 날을 이야기하면서 울먹거렸다.

딸들이 초등학생 중학생일때 부인이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일년이면 몇번씩 묘소를 찾아 청소하고 정리를 한다는데

아내없이 30년 세월, 그 오랜 외로움과 슬픔이 목소리에 짙게 베어 나왔다.

아마도 내 짐작으로는 죽음이 좋아서가 아니라 삶이 무거워서 그럴거다

‘그럴 수 있겠다. 무슨 미련이 있을까? 외롭고 책임으로 버틴 생에...’

자녀에 대한 보호자로 잘 견디고 살아왔지만 지금 바로 떠나고 싶다는

그의 말에는 그 무게와 인내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도 비슷한 심정에서 별로 지체없이 손을 들었다. 마음속으로.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통계는 그랬다.

시간은 20-30년쯤 후에, 장소는 집이었다.

잘 죽는다는 웰다잉은 잘 준비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살아서만 할 수 있는 숙제같은 것이다.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지만 잘 안된다.

왜그럴까? 아마도 목표가 잘못 정해진 경우도 많을거다.

가야할 목적지를 잘못 정하면 가는 과정 전부도 길을 잃은 방황이다.

사는 목적이 죽음이 아니고 사는 동안의 채우고싶은 욕심이라 그럴거다.

가지고 갈 수 있는 죽음에 대한 준비, 숙제를 하는 삶이 아니라 

놓고 가야하는 것들, 재산, 명예,건강, 권력과 승부욕 그런 것을

얻기 위해 살다보니 잘 죽을 준비가 안되는 것이다.

대부분 20-30년 뒤에 죽음이 왔으면 좋겠다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아직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신앙인들은 그런 점에서는 사실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맞다.

등불을 들고 늘 깨어 언제 올지 모를 신랑을 맞는 신부처럼 살라고

성경은 말하고 신앙인들도 스스로 입에 달고 산다. 

나는 그러고 못살아도 자녀나 다른 신자에게는 권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금 죽어도 좋을 사람? 하고 질문을 받으면 바로 손을 들 수 없다.

삶의 고단함과 슬픔이 나무가지에 쌓인 눈처럼 무거워 못 견디는 사람,

배한성씨나 가족의 질병으로 오래 씨름한 나같은 사람이나 그런다.

내 바람은 웰다잉을 위해 웰빙 라이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윌빙 라이프를 위해 웰다잉이 반드시 필요하고 존재했으면 좋겠다.

슬픔을 피해서 가는 저 세상이 아니고 너무 잘 살아서 웃으며 감사하며

미련도 여한도 없이 먼저 가서 기다리는 죽음으로...

 

죽고 싶다...는 마음을 하루에 열두번씩 느끼며 사는 모든 이들에게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오시는 예수그리스도의 생일, 성탄절에

넘치게 보따리로 주실 평안을 기도한다. 

 

‘주님, 살 힘을 주시되 살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는 더 갑절로 주세요!

평안이든 필요한 돈이든 채울 사랑이나 가족, 무엇이라도!’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