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감사한 일 한가지

희망으로 2020. 10. 1. 09:32

<감사한 일 한가지>

 

주말인 오늘 병실에서 치킨파티가 열렸다.

다섯 침대, 9명의 가족인 우리 503호에서 맛있는 튀김 향을 퍼뜨리며!

아내와 내가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한턱을 냈다.

그래봐야 후라이드 한마리 양념 한마리 콜라 3병의 단촐한 메뉴지만.

주문한 치킨을 받으러 내려가서 1층 열 측정하는 경비아저씨에게는?

‘오늘이 제 생일이라 병실에서 축하 간식을 합니다!’ 라고 했다.

접촉을 금지하는 상황에 음식 주문하는 것도 좀 눈치가 보여서.

사실 내 핸드폰에는 생일축하 문자들이 몇개나 들어온 걸 보여드렸다.

9월5일이 내 생일이다. 사실은 음력이지만 남들은 모른다.

더구나 보험회사나 여러 경로로 알림을 받은 지인들은 그냥 그런줄 안다.

 

이 파티에는 사연이,있다.

전에 한 번 이야기한 맞은 편 침대로 온 21살 아가씨.

조울증으로 너무 힘들어하다가 4층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거쳐

기적으로 살아난 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인지기능이 망가진 채...

“나는 몇 살 같아?”

“음... 20대 중간? 스물 서넛으로 보여요”

“난 스물 두살인데!”

아내는 그렇게 젊게 봐주는데도 한 두살을 더 깎았다. 염치도 없이!

아내 담당하는 재활치료 여선생님은 스물 일곱 여덜로 그대로 보면서도

아내는 이쁘다고 연달아 몇번이나 칭찬하면서 그랬다.

그래서 아내가 맛있는거 사줘야 겠네! 라고 말로 보답을 했단다.

“ㅇㅇ아! 내가 너 좋아하는 치킨 사줄게!”

“와! 삼촌이 최고야!”

“에잉? 이 아줌마는 언니라고 하면서 난 삼촌이야?”

“아! 오빠! 오빠가 최고야!”

병실 사람들이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도착한 치킨을 풀어 다 나누어 드렸고 그 다섯살의 아가씨는 나를 당황케 했다.

“여태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 언니와 오빠가 정말 제일 좋은 사람이예요!”

“이거 먹는 거 샀다고 그러는거지?”

“아뇨! 진짜 두 분이 제일 멋지고 잘 어울리는 분이예요!”

약간 민망해서 “고마워! 이제 그만~ 나 부끄럽다!” 하고 말렸다.

이 아이가 아침에는 우울하고 죽고싶다고 울어서 엄마가 애먹었다.

달래다 속상해져 커튼을 치고 아이와 무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니가 그런 말 자꾸 하면 나 너무 힘들어... 지금도 참고 사는데 ㅠ”

바로 앞이라 주고 받는 말이 다 들려서 맘이 참 짠했다.

갇혀 사는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그래서 더욱 오후에 그냥 주문해서 치킨파티를 열었다.

모두 환한 얼굴로 웃고 먹으면서 기분전환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적은 돈은 아니다.?

그래서 다인실에서 뭘 사 먹는게 쉽지 않다?

다 보이는 자리에서 혼자만 먹을 수는 없고 나누어 먹을 만큼 사기도 부담이고.

이 이야기를 털어놓는 본론은 이제부터다.

십원 한푼도 벌수 없는 상태로 십년을 넘게 살아가는 우리가

무슨 여유가 있어서 기분 우울하다고, 혹은 기분 좋다고 소비를 할까?

그런데 같이 지내며 서로 아는 사이에 몇번을 얻어 먹으면 미안해진다.

그렇다고 거절하고 안 받아먹는 것이 해결책도 아니고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과일이나 간식거리를 나누어 먹는다.

누가 보내주신 경우도 그렇고.

이 사람 노릇하며 너무 얌체같이 보이지 않고 쪼달려 궁색해보이지는 않게

살 형편이 되도록 해주신 분들이 고마워서 나는 더 행복했다.

크게 배후에는 하나님이 시켰을지라도 통로가 되고 나누어주신 분들의?

그 손길 그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 품위도 유지하고 친밀한 사이도 유지한다.

이 감사를 누구에게 드려야 할까? 실재 그때마다 하지도 못하고 산다.

그래도 한 번은 인사드리고 싶다. 오늘같은 이 소중한 시간과 처지를 주신

고마운 여럿 사람들에게...

그리고 하나님께도 또 거듭거듭!?

 

(아, 참고로 그 아이가 나는 스물 여덜쯤으로 보인다고 해줬다!?

해피하다! 아닌줄 알아도 너무 기분이 좋다.^^

스물 서너으로 보인다는 아내, 웃을 때는 진짜 그렇게 속을수도 있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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