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부활절 2] 나와라! 하는데...못 나갑니다.
무화과 나무에 열매가 없는 이유를
당당히 말 할 자격이 없어서 슬금 뒤로 물러납니다.
당신은 치부를 위해 벌린 성전의 돈벌이 좌판을 엎으시고
곰팡이 좀들을 햇빛아래 끌어내셨지요
마치 독성에 찌든 간을 꺼내 바위에 널듯...
왜 간만 병들었겠어요
아무거나 때도 시도 없이 욕심으로 먹어대던 위도 탈나고
안볼거 볼거, 안들을거 들을거, 안 말할거 말할거
구분도 못하고 설치고 다니느라 온몸이 다 병들었지요
그러니 춤추라고 피리소리가 들려도 숨고 맙니다.
가슴을 치라고 울어도 숨으러 갑니다.
잘못한거 잘못한줄 알고 인정만 하면 다 속함받고
신나게 춤추고 기뻐하자는데 못나갈 이유 없는데
너무 오래 목은 굳어지고 마음은 강팍해져 그리 못합니다.
아직도 병들고 더러워진 내 속의 성전을 들여다봅니다
치우고 치우고 또 치우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주시면
마침내 맑고 깨끗한 성전이 되는 날 오겠지요?
이 건물의 성전도 이 몸의 성전도...
이리로 나오라!
밝은 하늘 햇살아래 튼튼한 몸으로 마음으로
피리를 불어주마 춤추고 노래하며
아무 거리낌없이 잔치를 벌이자 하시는데
그 모습 멀리 숨어 바라보며 따라다닙니다
울고 들어오신 첫째날, 설득하며 다니시는 둘째날이
그립고 그리운 아주 오래전 고향 같은 느낌이 들어
당신과 눈길만 마주쳐도 눈물이 터질까봐
몰래 몰래 숨어 따라가며 듣고 봅니다.
#이리저리_다니시는_행보를_숨어_따라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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