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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부활절 5] - 광야에서 도시에서 받는 시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희망으로 2020. 9. 5. 08:23

 

 

<8월의 부활절 5 - 광야에서 도시에서 받는 시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오랜 병원생활, 언제부터인가 너무 답답하거나 속이 상하면

먹는 걸로 푸는 습관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도

밤 열두시에도 새벽 한시에도 무언가를 먹으며 달랬습니다.

그 후로 힘들거나 막막한 일만 있으면 무조건

마냥 걷다가 시장하고 다리 아프면 먹곤 했습니다.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에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근처 공원에 앉아 소화를 시키는데 사람들이 참 많이다닙니다.

번쩍거리는 무슨 노래방, 모텔, 마사지업소, 야식집들,

그곳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갑니다.

아주 오래전 독학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서울생활을 할 때,

어느 술집에서 먹고자며 일하며 지낸적이 있습니다.

밤에 일하고 낮에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나왔길레...

그 지하 룸쌀롱의 위에는 목욕실이 있고 그 위에는 여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은 쪽문 하나가 있었고 그 문 뒤에는 큰 보일러실이

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기관실이라고도 부르는 곳인데

그곳 기술자가 지독한 예수쟁이였습니다.

그가 나를 기어이 교회로 전도를 했습니다.

가장 최악의 음란과 방탕이 판치는 장소에서

나를 뒤집어 돌려 세우신 첫 사랑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 속상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만약 내가 주님을 안 만났더라면, 신앙인이 아니었다면,

급하고 정의감으로 늘 폭탄처럼 터지는 내 성격이

조용히 넘어갔을 리가 없다는 데 미쳤습니다.

잘난 말 재주와 욱!하는 정의감으로 무지 여러사람에게

칼날을 휘두르고 치받아 상처를 주었을 겁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휘두르는 칼에 나는 안다칠까요?

주님을 만난게 얼마나 다행이고 복인지 모릅니다.

옹졸하고 급하고 이기적인 내가 이만큼이나 안전한 것은

순전히 주님 닮으려 몸부림치는 덕입니다.

어쩌면 지금 고통과 위험의 언덕을 넘어가는 중인지 모릅니다.

이 과정이 아니었다면 욕정대로 살다가 영원한 지옥에 떨어지거나,

아님 이 세상에서도 남의 보복으로 주검이 되었을지도 모르니...

그저 절 불러주신 그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여기서 더 특별한 무슨 가르침이나 깨달음 안주셔도 됩니다.

감당 못합니다. 주님, 제 받은 복이라도 알게 해주세요!

 

#늦은_밤_도시의_유혹과_충동을_넘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