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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부활절 4]사랑은 향유를 타고

희망으로 2020. 8. 13. 07:43

 

<8월의 부활절 4 - 사랑은 향유를 타고 흐르고>

 

어떤 여인이 하루 하루 벌어서 

꼬박 삼백일을 모았지요. 

그 돈으로 사랑하는 이를 향기롭게 하려고 향유를 샀어요. 

삼백데나리온, 이천만원이나 주고...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낼모레면 죽음을 맞는다는데 

허투루 말하지 않는 분이니 믿었나보네요.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니 마음이 아프겠지요 

그 여인이 귀한 향유를 담은 옥합을 깹니다 

머리에서 발까지 향기로 사랑하는 이를 덮고 

자신과 오라비에게 새 삶을 주신 분 

그 분께 목숨을 드려도 아깝지 않다며 

대신 머리카락으로 발을 씻어주네요 

주위에서 쏟아지는 비난과 모욕을 받습니다 

그 돈이면 끼니를 굶는 사람들 

배를 채우고 헐벗은 사람 옷이 몇 벌인데 

사랑에 눈멀어 이러냐고 

어떤 이는 바보라하고 또 미쳤다네요... 

그래도 당신은 비난을 말리시고 여인을 칭찬하시네요 

그렇게 돕고 싶은 가난한 사람은 

세상 끝 날까지 있을 것이니 평생 하라네요 

이 여인은 살아있는 동안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모든 재산과 시간은 사랑 앞에서 작아 보이는데 

죽을 거라는데 안 믿어주거나 

어차피 죽을 건데 비싼 돈은 왜 쓰냐고 하는 이들은 

사랑을 도대체 모르거나 안하는 이들입니다 

어쩌면 돈이 아까워 앞으로도 못할지 모릅니다 

‘너는 누구냐?‘ 

당신이 갑자기 물어보십니다. 

‘300일을 넘게 돈을 모아 향유를 살 수 있는지, 

아님 그걸 바보같다고 야단치며 아까워하는 사람인지‘ 

내 속을 솔직히 들여다보니 

머리로는 옥합을 깨는 여인을 잘했다 하면서 

가슴 안쪽 남에겐 안 보이는 곳에서는 

향유를 조금만 사는 것도 괜찮다 슬그머니 바뀌네요. 

그냥 한 열흘 치 품값 정도? 그 정도만 사지 이러면서... 

당신의 고난과 죽음은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가고 

주위의 비난과 자신의 이익을 절충하는 

분기점을 찾고 있습니다. 

생각만이 아니라 생활로, 

한 번이 아니고 일생을...

 

#사랑은_향유를_타고_흐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