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증상일까?>
며칠 지나면 자금 머물던 병원에서 옆에 새로지은 새 건물로 병원전체가 이사를 한다.
짐을 모두 정리해서 준비를 해놓고 쉬는 사이 천정을 바라보니 감회가 몰려온다.
바로 저 천정 아래, 이 침대의 자리에서 꼬박 7년을 24시간씩 보내며 살았다.
인생의 길지 않은 세월 중 7년을 보낸 자리라니... 심상치 않은 머무름이었다.
아내가 아프기 전이었다면, 어디 이 상가용 건물의 한 층, 한 병실에서 침대 하나를 잡고 이렇게 오래 살 줄 예상이나 했을까?
만약 나보고 선택해서 골라서 살라고 했다면 절대 이 장소 이런 생활형태는 있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꿈에도 선택의 대상에도 없었을 자리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산 세월이다.
누군들 안그럴까? 시골의 전원이거나 아파트거나 적어도 살림살이가 평안할 주거지가 선택되었을 것이고 장소 또한 그럴 것이다. 가고 싶은 장소, 마음이 내키는 장소였으리라
“도대체 누구야? 누가 우리가 원치 않는 곳에서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이리 긴 세월을 살게 한거야? 혹시 당신이 그렇게 매달리는 하나님이 그러신거야? 인생을 통째로 조종하고 원치않는 방식을 살게 하신 분이...”
정말 야속하네 갑질이셨네 별 흉을 다보다가 이상한 내용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근데...만약 팔레스타인이나 시리아, 또는 미얀마의 로힝야 부족으로 태어났으면? 와, 그건 뭐 여기랑은 비교도 못할만큼 끔찍했겠다! 수십년 살던 집 지붕으로 폭탄이 날아오고 가족들이 피투성이되거나 보따리 하나들고 강을 건너고 남의 나라로 난민으로 가서 텐트 한자락에 간신히 목숨이나 부지하며 고생 고생 죽도록 살기도 하고... 야, 그랬더라면 이런 생활이 엄청 부러웠겠다! 욕할 입장이 아니었겠다.”
어디 그뿐일까? 만약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다면 전쟁 아니고도 병원치료는 꿈도 못꾸고 그냥 죽어갔을거다. 여기 한국에 태어났더라도 조선시대나 그 이전이었다면 또 방법이 있나? 병명도 모르고 약이나 치료법도 없이 그냥 죽어가야만 했을 테니...
“아이쿠! 감사합니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이 정말 고마우시네! 때를 따라 태어나게 하시고 괜찮은 수준의 대한민국에서 치료받도록 배치해주셨으니!”
“...여보, 나 이거 정신분열증 증상일까? 금방 불쌍했다가 금새 다행이다! 하면서 헤헤거리다니,”
사물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고 반 컵의 물을 놓고도 아직 남은 사람과 반밖에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더니, 네 속에는 두 가지가 다 들어가 있나보다. 이중인격? 다중성격? 무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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