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년만의 외출을 가게 되었다.
아무 목적지도 미리 정해진 일도 없는 오직 내 마음대로
보내도 되는 진정한 자유 외출!
외박은 없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는 한정된 하루지만...
이게 어딘가?
무려 11년 동안 혼자 움직이는, 일이 아닌 순수한 자유시간으로는 겨우 두번째니!
그것도 단지 낮동안만 허락되는 하루짜리로...
그런데 사단이 난다. 기분도 상하고.
아내는 자기를 버려두고 혼자만 가는 것 같은 내가 밉나보다.
머리로는 보내줘야지 하는데 감정은 편치않나보다.
“우리 졸혼하자!”
이혼은 아니고 각자 자기 마음대로 따로 사는 부부를 선언하는 표현.
혼인의 졸업, 아내가 그걸 나보고 하잔다.
자기도 마음대로 혼자 어디를 가고 싶다고...
에구, 이게 날더러 가라는건지 말라는건지 애매하게 느껴지다가
갑자기 화가나서 나도 짜증을 냈다.
“나 안가!”
모처럼 내 휴가를 위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엄마를 돌봐주겠다고
막내딸은 눈물겨운 결심을 하고 장담을 했는데...
정말 이렇게 살아야하나?
내가 뭔 죄가 그렇게 많다고 이 정도 휴가도 가면 안되는지,
마치 죄인처럼 스스로 포기하며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오랜 중증환자들의 보호자인 가족도 힘들지만
당사자인 환자 본인들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더 약자이고...”
나보고 무조건 가라는 사람에게 아내를 대신해서 핑계같은 변명을 해주며
겉과 달리 나는 또 속이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좀 이해하고 수용해줄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나는 결국 달래느라 아내에게 타협안을 내세웠다.
“내가 가보고 황토길이 휠체어로 갈 수 있는지 답사하고 올께,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다음에 내가 데리고 같이 가줄께!”
그러면서 혼자 다녀오기로 작정했다.
내가 안간다고 깨버리면 아내도 딸도 오래 갈 상처 하나를 안고 산다.
나는 두 배쯤 되는 삐진 마음으로 매사 투덜거리고 가시로 찌를것이 뻔하고...
그런데도 잠이 쉬 오지 않는다.
소풍 전 날처럼 들떠서인지, 이유모를 화가 나서 그러는지...
내일 아침에 정말 안믿어지는 휴가, 대전 계족산 황토길로 출발한다.
나 혼자 가는 외출로는 3년만에 하루,
11년동안 합쳐서는 두 번째인 아무 일정없는 프리 여행으로...
우리 가족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과 이웃형제분들에게는
이 길을 다녀온 후 행여나 더 큰 불행이 몰아치지 않도록 기도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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