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이게 무슨 특혜라고

희망으로 2018. 5. 29. 10:30

나도 약자다.
그런데 나보다 더 낮은 약자를 만나는 악몽을 꾸는 중이다.
세상에 이렇게 재수 없는 불행이라니...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재수 옴 붙은 존재이면 어쩌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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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받은 휴가, 11년 통털어 고작 두번째인 당일 외출... | 내일 3년만의 외출을 가게 되었다.아무 목적지도 미리 정해진 일도 없는 오직 내 마음대로 보내도 되는 진정한 자유 외출!외박은 없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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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근 잘 다녀오십시오. 가벼운 발걸음 쉼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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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참 위로가 되는 글...엎친데 덮치고 완전 망한것 같은 ... 약자를 위해 살아도 항상 돌아오는건 비난의 화살일때가 많네요... 누군가를 사랑하여 섬기는 자들이 꼭 맞아야하는 화살인가 봅니다. 휴가 잘 보내시고 오셔요. 저도 용기를 내서 집을 떠나 휴가를 가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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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호 출발하셨겠네요. 평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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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병원 옥상을 올라왔습니다.
오늘 병원을 빠져나가 5시간 정도 대전의 어느 작은 산 황토길을 걷고 올 수 있는 복이 터졌습니다. 그 갑작스런 선물이 너무 설레어 잠이 안와 이른 시간에 깨어 뒤척이다 산책겸 옥상에 왔습니다.

하늘이 흐렸습니다. 일기예보는 소나기가 올 예정이랍니다.
그래도... 떠날겁니다. 3년만의 휴가, 8시간의 외출입니다.
빗줄기 따위가 가출을 막기에는 내 마음의 무게가 너무 쌓이고 무거워졌습니다.

그리고...얼른 옥상에서 내려가야겠습니다. 자주 느낀 것이지만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오면 나도 모르게 아래로 뛰어내릴 것만 같은 충동이 순간 순간 몰려오는지... 좀 두렵고 섬뜩해서 내려가야겠습니다. 아직은 모르는 이들에게 황당함을 안겨주고 나를 아는 분들에게는 슬픔을 줄만큼 생명이 밉지는 않습니다.

후다닥...

이미지: 하늘, 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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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터미널>

늘 지나며 보기만 하던 매표소에서 표 한장을 샀습니다! 매점에서 생수 한 병 사서 가방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게 뭐가 어렵다고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도록 못했는지...

예전 직장을 다닐 때는 정말 덤덤하고 때론 지겹던 출근시간대 이동을 오랫만에 물결에 묻혀 걸어보았습니다. 다들 바삐 걷는 사람들틈에서 조금은 구경하듯~

눈 뜨면 출근이고 누워 눈 감으면 퇴근이 되는 병실 간병업무, 자다가도 깨우면 수시로 야근 잔업이 되는 그런 기분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오랫만에 맛보는 바깥 바람입니다!

갑니다~

이미지: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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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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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저에게도 낯익은 곳이네요 선생님 오늘 하루 호젓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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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 예! 응원에 힘내서 앞으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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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온 오늘 낮동안 자연 만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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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범 맘껏 즐기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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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그럴 수는 없겠지만... 쪼매 잊고 나만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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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숙 소풍 잘 다녀오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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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버스 안에서>

예전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떠돌아 다니던 시절에는 몰랐던 감정,
어디를 가고 오는 버스에 몸 싣는 일이 그렇게 감사하고 소중한 혜택인줄 몰랐으니까요.
이제 이 소박한 일마저 하늘의 은총으로 받습니다.
부자는 얼마나 많이 가지냐가 아니고 얼마나 필요한 것이 없는냐가 기준이라던 말이 깊이 공감됩니다.
내가 노래부르던 만족한 여행은 더 멀리, 더 많은 곳을 얼마나 자주 가는냐가 아니라는 것. 얼마나 못가고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냐가 오히려 오래 추억으로 남는 기준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많이 가지고 무뎌지는 사람보다 부족함속에서 더 깊이 사무치며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진짜 하늘이 주는 은총이 아닐까 싶어서...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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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정 오늘 누구보다도 효율성 좋은 하루, 누구보다도 평안한 하루되셨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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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감사가 샘솟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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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길을 오르다가...>

산으로 들어와 오르는 길
앞에 꽤 경사가 높은 커브가 나타났습니다. 
어디선가 본듯 낯익은 느낌...
아, 십수년 전 아내와 천등산 새벽길을 도라지 캐러오르던 임도와 너무 닮았습니다.
어디나 비슷한 우리나라 산의 속이 맞습니다.
그때 이런 시를 썼습니다. 
다시 멀쩡했던 아내의 기억이 갑자기 몰려와 울컥 심장이 아픕니다.ㅠㅠ
그때 그랬는데... 나중에 많이 잘해주려고 했는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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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34

새벽이면 일어나
잠든 아이를 들쳐업고
산길을 오릅니다

산행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산비탈에 핀 보라색 도라지 꽃 때문에
첫날부터 무너졌습니다

비탈을 올라 맨손으로 흙을 파내더니
다음날은 숟가락을 주머니에 몰래 넣어오고
그러다 아예 호미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당신을 보며
나는 내내 아이를 안고 업고
따라다닙니다

위험하다고 절벽에 핀 도라지를
말하지 않으려는 내 맘과 달리
어느새 손가락은 그곳을 향합니다

당신을 말리지 못한 나는
좋아하다 안스러워하다
어쩔 줄 몰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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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놓고도 어제 밤에는 또 아내와 티격 신경전을 했습니다. 
“나 안가! 내가 하루 쉬는 게 그렇게 못마땅하면...” 그러면서요.

언제쯤 온 인류가, 특히 남정네들이 철이 좀 들까요? 에휴...

이미지: 나무, 식물, 풀밭, 실외, 자연
이미지: 나무, 식물, 하늘, 실외, 자연
이미지: 나무, 식물, 풀밭, 실외, 자연
댓글
조성연 사모님께 사진 보여주심 함께 기뻐하실거에요 글구 지금 당장 톡하세요 보고 싶다공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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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초록이 멋있네요
황토흙이 많이 없어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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