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29 - ‘산바람’>
‘바람에 잔뜩 물이 배어있다. 비가 올라나?...’
서점과 우체국을 들러 일을 보고 병원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환자인 아내는 치료와 치료 사이의 30분의 짧은 시간만 허락한다.
종종 걸음으로 뛰었더니 땀이 흐른다.
'장마가 시작했나? 근데 이게 뭐야? 명색이 바람이...’
계속 비는 안 내리고 습기만 철썩 얼굴을 때린다.
잔뜩 찌푸린 서쪽하늘 동쪽 하늘 중천 하늘
동서남북 바닥 천정까지 나를 가두는 내 처지처럼
"어? 어저께 티브이에 나온 아저씨다! 호호~"
엘리베이터를 타고 열 식히느라 부채질인데
먼저 타신 두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 좋아져요?"
"예? 아, 예.., 조금씩 천천히요"
뭐가 그리 신날까? 연신 웃으시며 활발하시다
비가 오든지 병이 사람을 죽이든지 말든지
정말 씩씩하게 사신다. 경탄할 정도로!
'하긴 우리 엄마도 그러셨지, 질긴 생활력으로...'
- 그래! 비가와도 살아야겠다!
시인 폴발레리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했는데
나는 비까지 1+1으로 덤으로 살아야겠다.
산바람 – 여호와의 도움이 어디서 오나? 험산을 넘어서 비 묻은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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