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30 - ‘비와 함께’>
창밖으로 한밤의 빗줄기가 마냥 내린다.
이런 밤이면 슬픔이 깊어지고 마음은 홀로 여행을 떠난다.
아무도 모르고, 떠나도 돌아와도 흔적이 없는 여행
사람들에 치이고 세상에 멍들어
더 이상 서서는 견딜 수 없는 서러움이 깊어지면
앉은 채로 선 채로 잠든 채로 떠나는 여행이 생명을 살린다.
그런데...
몸은 두고 가는데도 마음조차 갈 곳이 없다.
들어줄 이도 없고 모두가 자기 삶에 바쁘다.
이럴 때면 갈 수밖에 없는 곳
천지사방 실 같은 지푸라기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점점 더 깊은 그 바닥에서 여전히 나를 기다리는 분
'너 그러다 올 줄 알았지,
사람에 의지하다 사랑에 목매다가
실연당하고 지치고 마침내 올 줄 알았지'
‘...그러게 좀 잘 풀리게 해주시지요.
이렇게 막막하도록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세상사이 깊은 강물이 흐르게 하셨데요?‘
오늘도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아무도 따라오지 않고
아무도 같이 못가는 그 자리 그 시간으로
흔적 없는 마음의 여행이 세상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다.
비와 함께 – 분노의 비가 그치고 무지개로 오는 위로 한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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