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5 - '맑은 하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가 좀 넘었다.
“왜 그래?”
“침대 머리가 덜 내려가서 힘들어...”
그랬다. 내가 침대를 덜 내려주고 잠이 들어버렸다.
아내의 몸에는 소변주머니가 대롱거리고 있었고
그 호스의 끝에는 힘들게 반쯤 돌아누운 아내가 있었다.
“진작 깨워서 말하지...”
나는 미안하다고 속으로만 생각했고,
착해빠져서 고생을 사서한다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왜 울어?”
“5년 동안 혼자 군복무 마치고 돌아오는 둘째가 생각나서...”
그 아들 입대하는 날, 아내는 병이 너무 심한 상태였다.
아이는 혼자 가서 머리 깎고 혼자 짐 정리하고 걸어 들어갔다.
그게 언제인데 아직도 미안해서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오는 아내
- ‘착한 것도 죄일까?’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착해빠지기만 한 아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을 단풍 곱게 물든 산에도 데려가고,
맛있다는 음식점도 데려가서 먹이고 싶다.
감탄하면서, 좋아서 못 견디면서 웃는 얼굴 보고 싶다.
맑은 하늘 - 소변 줄도 빼고, 눈에 안대도 빼고, 몇 시간쯤은 휠체어에 앉아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좋은 날의 그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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