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4 - ‘미소’>
“웃는 모습만 예쁜 줄 아세요? 화내는 모습도 얼마나 예쁜데요!
제가 좀 해요.“
“그...그런가요? 허허!”
병실 안에 일시에 웃음 폭탄이 터졌다. 여기저기서.
28살 먹은 새댁. 아이가 세 살이었던가?
그 나이에 뇌경색이 와서 한쪽 팔 다리가 불편해졌다.
입담도 좋고 예쁜 얼굴에 잘 웃고 활달했지만 끝내 이혼했다.
그랬다.
병실 안에서는 슈퍼스타였지만 바깥만 나서면 뛰지도 못하는
우리만의 스타였다. 그래도 늘 웃는다.
“어...코피, 당신 코피가 난다.”
“...닦으면 되지 뭐,”
“돈을 벌어 오래, 애를 낳아 달래, 뭐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막혀버린 배변 신경 때문에 날마다 한 시간씩 씨름하더니
결국 고단한 몸이 코피를 쏟아놓았다.
내 말에 민망한지 아내는 웃었다.
“살다 코피 흘리면서 웃는 여자는 또 처음 보네.”
막내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난 네가 천재도 아니고 효녀도 아니고, 유명한 엄친딸도 아닌 거 인정하게 되었어, 그러니 아무 부담 가지지 말고 살아!
시험성적으로 고민하는 딸에게 보내고 기다려도 답장이 없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빙그레 웃는다.
미소 – 그것은 넉넉해서 하는 것만 예쁜 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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