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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억 3 - 겨울

희망으로 2018. 2. 15. 14:53

<어느날의 기억 3 - ‘겨울’>

“빨리 와서 같이 먹자!”
“먼저 먹어, 이거 마져 다듬어서 갈께!”
“애들아! 먹자~”

어머니에 조카들까지 8명이나 되는 식구가 왁작지끌.
내리는 눈을 그대로 맞으면서 시골마당에서 석쇠에 온갖 것을 먹었다. 
삼겹살, 칼집 낸 생닭, 추수해서 보관한 콩, 마늘쫑 까지.
그렇게 그 해 겨울은 참 요란했다.

“당신은 결혼생활 중 언제가 행복했었어?”
“... 난 사람들이 두려웠어, 그래서 행복하기 힘들었던 같아”

면목이 없었다. 명색이 20년이나 같이 산 남편인데...
겨울 아침 새벽같이 먼 병원으로 가서 피검사를 하고 내려오는 길.
또 다른 해의 그 겨울도 몸은 고단하고 마음은 편치 않았다.

“혹시 다시 태어나면, 넉넉하고 스트레스 안주는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아파보니 사는 게 겁나”

병으로 무너지는 아내의 몸은 손에 쥔 것을 다 놓게 했다.
적금도 직장도 집도 날리고 마침내는 아이들조차 뿔뿔이.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뭘, 우리 사이에! 흐흐”

목욕과 식사는 물론이고 소변과 기저귀까지 내게 맡긴 아내.
졸지에 갓난아기가 되었고 나는 24시간 어미가 되어 갔다.
병원의 긴 겨울,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이 꾸역 목을 넘어가고 있다.

계절의 겨울은 한 해에 한 번 오지만 인생의 겨울은 수시로 온다.

‘춘화현상’ - 그래도 추운 겨울이 꽃을 진하게 한다!

댓글
천정근 먹먹합니다. 인생의 겨울 속에도 꽃은 피고 향기 아름답지만 그 겨울을 몸소 겪는 이들은 그걸 누리진 못하죠. ㅠ ㅠ. 성령의 꽃피우시고 향기 내시니 사람이 알지 못할 숨은 신의 성령이 함께 계신 줄 믿습니다. 집사님 꺾이지 마시고 승리하시길 빕니다. 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다고 지금은 장관이 된 시인의 시귀가 생각납니다. 묵상 가운데 주님이 친히 말씀하시길. 늘 저의 귀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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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 늘 과분하신 격려... 고맙습니다! 화목한 설 보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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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올림픽의 계절입니다
대표선수들의 계절인거죠
비슷한 겨루기가 있었다면 집사님도 목이 무겁게 금메달을 걸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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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 그게 무지 재미있는거 맞지요? 누가누가 목소리 큰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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