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기억 3 - ‘겨울’>
“빨리 와서 같이 먹자!”
“먼저 먹어, 이거 마져 다듬어서 갈께!”
“애들아! 먹자~”
어머니에 조카들까지 8명이나 되는 식구가 왁작지끌.
내리는 눈을 그대로 맞으면서 시골마당에서 석쇠에 온갖 것을 먹었다.
삼겹살, 칼집 낸 생닭, 추수해서 보관한 콩, 마늘쫑 까지.
그렇게 그 해 겨울은 참 요란했다.
“당신은 결혼생활 중 언제가 행복했었어?”
“... 난 사람들이 두려웠어, 그래서 행복하기 힘들었던 같아”
면목이 없었다. 명색이 20년이나 같이 산 남편인데...
겨울 아침 새벽같이 먼 병원으로 가서 피검사를 하고 내려오는 길.
또 다른 해의 그 겨울도 몸은 고단하고 마음은 편치 않았다.
“혹시 다시 태어나면, 넉넉하고 스트레스 안주는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아파보니 사는 게 겁나”
병으로 무너지는 아내의 몸은 손에 쥔 것을 다 놓게 했다.
적금도 직장도 집도 날리고 마침내는 아이들조차 뿔뿔이.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뭘, 우리 사이에! 흐흐”
목욕과 식사는 물론이고 소변과 기저귀까지 내게 맡긴 아내.
졸지에 갓난아기가 되었고 나는 24시간 어미가 되어 갔다.
병원의 긴 겨울,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이 꾸역 목을 넘어가고 있다.
계절의 겨울은 한 해에 한 번 오지만 인생의 겨울은 수시로 온다.
‘춘화현상’ - 그래도 추운 겨울이 꽃을 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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