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는 그 시간이 가장 기쁘다>
오늘도 화장실을 다녀왔다. 할렐루야!
“화장실 가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
찬송가 중에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 라는 가사가 있다.
나는 화장실 가는 시간과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오죽하면 그런 속담이 생겼을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
정말 들어갈 때는 배가 무겁고 아프고 불편하다. 아무 것도 눈에 안 들어온다.
하지만 일을 잘 마치고 돌아서 나올 때는 얼마나 상쾌하고 가벼운지 콧노래가 다 나온다.
그러니 들어갈 때 누가 붙잡고 막으면 뭐든지 다 들어준다고 할 수밖에
그러고 나올 때면 그 급하던 사정이 싹 다 사라지고 나니 아깝고 그러니 변하고!
아내의 병원비 영수증 상단에는 항상 진단명이 찍혀 나온다.
‘중증 대사 장애’
한마디로 대소변 장애가 심하다는 말이다.
다발성경화증의 재발로 방광과 대장 신경이 마비되어 자율적 신경이 기능을 못하게 되었다.
소변과 배변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소변주머니를 차거나 하루 8번 카테터 호스로 빼낸다.
배변도 내려오지 않아 두드려서 내리고 밀어내지 못해 수시로 비닐장갑을 끼고 빼낸다.
그러기를 8년을 지나 9년째로 들어간다.
아내는 씨름하다가 변기 위에 앉아 자주 서러움으로 통곡을 한다.
이렇게 살아야하느냐고 절규를 하면서...
화장실을 제때 못가거나 가도 볼일을 볼 수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변비나 사고 등으로 장애를 겪는 사람은 십분 공감을 할 것이다.
돈 있고 차 있고 아파트 있는 것을 감사하기 전에
제대로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음을 감사하는 게 맞다.
무사히 해결하고 돌아 나오는 그 가볍고 기쁜 마음을 누가 알까?
오죽하면 우리 옛 표기로 ‘해우소 – 우환 근심을 해결하는 곳’ 이랄까.
들락거려도 제대로 볼 일을 못 보거나 안 되는 사람은 도통 모른다.
제대로 해결하고 나오는 사람만이 안다.
행복한 삶이 뭐냐고?
그리 거창한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도실과 화장실을 날마다 제대로 다녀오고 가쁜한 마음과 몸으로 하루씩을 사는 것!
그러니 자리 높고 이름 날리며 힘센 것으로 자랑하지마시라.
기도실을 들어갈 때야 이것도 저것도 가지게 해달라고, 이루어 달라고 작정했더라도
나올 때는 ‘충분합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라며 자유와 기쁨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을 자랑해야 한다.
전쟁 중에도 참을 수 없고 왕도 장군도 피하지 못하는 것이 화장실 볼 일이다.
그걸 못하면 아내처럼 인생이 비참해지고 그 무엇도 다 주고 바꾸고 싶어진다.
그러니 화장실에서 무사히 일을 보고 나올 수 있는 건강을 주셨음을 감사하고 자랑하라.
여전히 기도실을 나오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목록만 붙잡고,
화장실 문을 나서면서도 무겁고 아픈 배를 쥐고 나온다면 그 인생에 무슨 자랑이 있을까?
바깥 환호성과 쓸모없는 자랑거리에 사기당한 불쌍한 생명이 아닐까?
나는 8년을 아내 곁에서 중증대사장애의 고통을 몸으로 겪으면서 날마다 감사한다.
대소변 시원하게 볼 수 있다는 축복과 건강을!
비록 성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병실 보조침대와 고물차 운전석에서 드리는 기도실의 진심어린 기도로 자유를 얻는 기쁨을 감사한다.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
내 화장실 가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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